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가 Apr 16. 2022

일상에서 발견하는 엄마 4

이모

백수생활로 인해 늦은 오후까지 토퍼에서 뒤척거리다가 울린 폰. 서울에 사는 이모다. 오랜만에 전화가 와 동생과 나의 안부를 물었고, 동생의 취업 소식에 더할 나위 없이 기뻐하셨다. 이런 이모와 이렇게 연이 닿은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그 계기는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였다.


애석하게도 외가 쪽은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야 전부 모이게 되었다. 이모는 건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자양동에 사는데 2호선 지하철로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에 집에서 밥을 해준다고 전부 모였다. 나, 동생, 자양동 이모와 이모부, 구리 이모. 특히 엄마와 각별했던 사이.


밥을 먹으면서도 이모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엄마가 떠난 이후에야 비로소 모이게 된다고. 나 역시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이며, 교통이 불편하지 않았다면 엄마를 모시고 자주 올걸. 한 번이라도 시도나 해볼 것을. 엄마는 서울에 나와 동생이 살고 있는 집을 딱 1번 왔었는데 너무 복잡하다며 질색을 했다. 그렇게 서울로 오라고 해도 끝끝내 대구에서 버티던 엄마였다.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너무나도 미운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처럼 이렇게 이모들과 가까이 지냈던 적이 없다. 가까이 지낸다고 해봤자 가끔 2달에 1번 정도의 안부이다. 내가 이모들과 같이 밥을 먹으면서 느낀 것은 엄마와 정말 닮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쓰던 말투와 행동들이 전부 언니들에게서 비롯된 것을 알았다. 그렇지. 우리 엄마는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하나뿐인 막내였지. 난 엄마는 엄마인 줄만 알았는데 그녀는 둘도 없는 막내였다.


가끔 엄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을 때와 상황이 있었다. 좋게 말해서 엄마는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을까, 나쁘게 말해서 왜 이렇게 징징될까. 그런 행동들은 엄마의 막내 기질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을 드디어 알았다. 얼마나 투정 부리고 싶었을까. 얼마나 응석 부리고 싶었을까. 늘 우리에게 험한 세상에서 강해야 한다고 말하는 엄마의 이전 모습과 대비되었다.


이모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엄마가 살아 돌아온 것 같다. 웃기면서도 슬프고, 기쁘면서도 한탄스러운 등의 여러 가지 감정들이 뒤섞인다. 그리고는 뚜렷하게 생각한다. 다음 생에는 엄마의 큰언니, 큰오빠로 꼭 태어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에서 발견하는 엄마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