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짓된 잭러셀 누나의 짧은 경험과 주워들은 지식에 근거하였습니다.
흔히들 반려견에게 가장 건강에 좋은 식단은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는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건식 사료라고 생각합니다. 왠지 모르게 신선한 채소로 이루어진 채식 위주의 식단은 사람뿐만 아니라 강아지에게도 영양학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반려견이 우리와 함께 '애완견'으로서 한 공간에서 머물며 생활하기 시작한 건 역사적으로 10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반려견 혹은 반려묘를 키우시는 분이라면 한 번 지금 그들에게 간식을 주며 그들이 씹는 모양을 자세히 관찰해 보십시오. 자세히 보면, 개나 고양이와 같은 육식 동물은 수직, 수평으로 모두 움직일 수 있는 사람과 달리 수직적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구강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로 고기를 찢고, 덩어리째 삼켜버리는 과정 이외의 씹는 행위는 사실상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인간과 같은 잡식동물(괜히 어감이 이상하지만)의 경우에는 폭이 넓고 평평한 어금니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최대한 잘게 씹어서 삼킬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개의 구강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되신다면, 이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치아구조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개와 고양이를 포함한 육식동물의 경우에는 초식동물에 비해 매우 짧은 소화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야생에서 육식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염된 음식을 먹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박테리아가 체내에 들어와서 번식하기 전에 빠르게 음식을 소화시켜 내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반추동물은 아시다시피 상대적으로 긴 소화관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되새김질을 합니다.)
반려동물 영양학에 있어 저명한 카렌 베커 수의 전문의(Dr.Karen Becker)의 말에 의하면, 개와 고양이는 지구 상에서 가장 회복력이 빠른 동물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실상 그들의 주인인 인간이 부적절한 영양분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그들은 갑작스레 죽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시중에서 구매하는 유명하고 역사라 오래된 사료들이 잘못된 영양 성분과 조합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지금 당장은 그것을 깨닫기 어렵습니다. (옛날 시골에서 키우던 개를 생각해보면 사람이 먹다 남긴 비빔밥을 먹고도 사실상 큰 문제가 없었음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 반려견은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는데 왜 영양 결핍이 생긴 거죠?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실 수 있습니다. 전 이것을 잘못되었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전체 영양 섭취의 30% 정도를 신선한 야채와 과일로 채우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급여하고 있는 사료 자체가 이미 필요한 양을 넘어서는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급여하는 탄수화물일 경우입니다. 결국 우리가 반려견을 끔찍이 사랑하는 마음에 비례하지 못한 지식에 가져오는 위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이 더욱 왜곡되는 경우 아래와 같이 "내 강아지는 초식동물"이라고 주장하는 견주가 TV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물론 강아지는 주저 없이 야채 대신 고기를 택합니다...)
무엇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마음만큼 비례하는 정확한 정보입니다.
내가 원하는 영양 섭취는 사람의 관점에서 본 것이고, 사람과 다른 육식동물인 개의 영양 섭취는 사람이 아닌 개의 영양학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업적인 반려견 사료가 세상에 시판되기 시작한 것은 약 1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동시에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는 사실은, 이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반려견들에게는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질병들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육식동물에게서는 사실상 찾아볼 수 없는 비만과 모순적이지만 영양결핍과 같은 퇴행성 질병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우리가 주로 사 먹이는 사료는 옥수수, 밀 또는 쌀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육식동물인 우리의 반려견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은 아닙니다. 여기에 몇몇 사료의 경우 감자와 같은 전분이 고함유 된 원료를 사용하여 탄수화물의 함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반려견이 이 사료를 먹는다고 해서 바로 부작용이 일어나거나 죽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사실을 모른 채 계속해서 부적절한 영양 섭취를 내버려 두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곡류가 함유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 '그레인 프리' 제품이 많이 시판되고 있습니다.
초반에 건식사료의 대중성을 잠시 언급했는데, 건식사료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개에게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발생합니다. 사료를 건조하기 위해 높은 온도에서 압력을 가할 경우 단백질이 압출되면서 헤테로사이클 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이 나오게 됩니다. 또 다른 물질은 아크릴라마이드인데, 이 두 물질 모두 개와 고양이에게는 치명적인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필자는 위의 아크릴아마이드 분자구조가 사실상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그림을 가져온 것은, 괜히 좀 더 전문적이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에헴.) 어쨌든 이 아크릴아마이드는 탄수화물이 갈변하면서 당류, 아미노산, 아스파라긴 등의 단백질 화학물을 함유하는 식품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 중에서는 주로 감자칩이나 로스팅된 커피에서 발견되지만, 사람에게는 당장 섭취를 중단해야 할 만큼의 위험성 까지는 아니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감자칩과 향긋한 커피는 끊을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크릴아마이드는 동물에게는 치명적이어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입장입니다. 결론적으로, 건식 사료는 그 제조 과정상 필연적으로 이러한 발암물질들을 함유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랑스러운 반려견에게 제공되어야 할 권장하는 영양섭취란 어떤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아래와 같은 방식을 권장합니다.
1. 신선한 육류 + 비타민 보충제
2. 가공된 사료 + 육류 트릿 혹은 간식 + 비타민 보충제
정말로 가능하다면, 우리의 반려견에게 (우리도 잘 먹지 못하는) 신선한 육류를 공급해주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필요한 비타민 보충제를 급여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1번의 경우. 저 같은 강아지 싱글맘이나 맞벌이 부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반려견 가정에서는 경제적인 부담과 더불어 재료를 구매하고 손질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만, 요즘에는 생식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심지어 문 앞으로 배송까지 해주는 서비스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매일 직접 만든 생식을 급여하고 계시는 저의 수많은 랜선 지인들에게 정말로 존경을 표합니다.)
2번의 경우에는 조금 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공된 사료의 선택입니다. 육류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사료를 골라야 하는데, 최소한 육류를 85% 이상은 함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개는 육식동물입니다.) 여기에 곡류나 채소가 적게 들어가 있고 가염 되지 않았으며 보존료나 설탕을 가미하지 않은 사료가 가장 최적의 사료입니다. 물론, 이 정도 퀄리티의 가공된 사료는 신선한 육류만큼 비싸진 않아도, 사실상 스쳐 지나가는 월급 통장의 잔액을 보며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는 우리들에게 부담이 되는 가격이긴 합니다. 어쨌든 권장되는 사항입니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퍼센트(%)로 표기되어 있는 영양 성분표의 경우에는 무게에 따라 그 성분이 나열되는데 육류의 경우에는 높은 수분 함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분표 상에서 가장 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때문에 실제로 사용된 육류에서 그 수분을 제거하게 되면 실제로 표기된 비율보다 낮은 양의 육류가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육류가 주원료인 것처럼 눈속임되어 있는 영양성분표 보는 법은 다음 포스팅에 적겠습니다 - 결국, 표에서 가장 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그 원료가 가장 주를 이루는 원료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육류 함유량이 높은 그레인 프리 건식 사료와 습식 사료를 번갈아 급여하고, 주기적으로 100% 육류로 만들어진 수제 간식을 급여합니다. (그리고 가끔 다이어트를 한다고 닭가슴살을 살 때에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같이 닭가슴살을 나누어 먹기도 합니다...)
비타민 보충에 있어서는 수의사나 전문가와 반드시 상담할 것을 권장합니다. 견종, 나이를 포함하여 개의 건강 상태에 따라 필요한 비타민과 영양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미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비타민과 미네랄을 과다 섭취할 경우 오히려 더 해로울 수 있으며, 칼슘 과다 섭취의 경우에는 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타민 A를 과다 섭취하면 혈관 질환의 위험이 있으며 탈수증과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비타민 D는 식욕 부진과 더불어 골격과 근육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직 한 살 밖에 되지 않은 똥꼬발랄하고 건강한 잭러셀을 키우고 있다 보니, 특정 원료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지도 않고, 아직까지는 특정 영양소 결핍으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지 않아서 알러지나 기타 질병으로 고생하시는 견주님들의 마음과 경험에 비할 바는 아닌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려견이 아닌 그 무엇이라도(예를 들면 힙합..) 한 번 빠지면 깊게 지식을 쌓고 파고들며 곁지식, 잔지식들을 쌓아가며 즐거움을 느끼는 약간은 오타쿠 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제가 공유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반려견을 키우고 있습니다. 더불어 저의 짧은 지식으로 조금이나마 다른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 이제 막 강아지를 입양하신 분들에게 일말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보람될 것 같은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어쩌면 다른 분들께는 그냥 개일뿐인데 너무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염려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 반려견은 제게 있어, 그 누구보다도 아낌없이 주는 사랑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다시 가르쳐준 존재이자, 누구보다도 제 곁에서 저의 기쁨과 슬픔을 나눈, 이제는 정말로 저의 가족이 된 소중한 존재입니다. 더불어 저는 제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생명체가 비록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과 동등한 생명의 존엄성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보호자로서 그 가치를 지켜주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방식의 일환이라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궁금하신 내용이나 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메세지 주시면 답변드리거나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