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식 이야기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정치, 경제, 문화적인 면에서 많은 부분이 선진화 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반려견 규율 제도와 이로 인해 오랫동안 정착되어 온 문화인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누나스 출장기간 동안 독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사람과 반려견의 너무나도 조화로운 삶의 방식이 그렇게 인상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반려견을 위한 정육점 방문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라인강변에 자리잡은 인구 백만의 도시 쾰른으로 떠납니다.
아 물론, 떠나기 전 제 배를 채웁니다. 저는 독일의 빵을 매우 좋아합니다(...)
겉은 바삭하고 질기면서 속은 부드럽고 고소한 빵 속에 각종 신선한 샐러드나 치즈, 살라미 들이 들어 있는 빵을 볼 때면 다 먹어치우고 싶... 네 이 정도로만 빵 예찬을 하도록 하겠습니다(에헴)
그렇다면 기차 안에서 먹은 빵과 초콜릿을!
기차를 타는 묘미는 항상 이런 것 아닌가요? 아무튼 제가 머물렀던 도시 뒤셀도르프에서 쾰른은 RB(레기오날반)이나 S반(에스반) 기차를 타고도 한시간 남짓 정도로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기차로 오전 일찍 이동했답니다.
1248년부터 약 600년에 걸쳐 완성된 고딕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쾰른대성당은 쾰른 중앙기차역을 나오자마자 격하게 반겨줍니다. 실제로 그 규모가 너무나 커서, 사진에 다 담기가 어려울 정도에요.
여튼 이 정도의 역사와 고유의 문화를 자랑하는, 또 동시에 가장 큰 게이 퍼레이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한 쾰른의 한 작은 거리로 가봅니다.
정말 전형적인 독일의 거리 거리 들을 걸으며 사람과 차 구경을 하는 재미는 참으로 쏠쏠합니다. 그러던 어느새 저 멀리 조그마한 간판이 보입니다. (이 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기 직전의 설렘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BARF BUTCHER DER METZGER FUER HUND UND KATZ
Paulstrasse 6, 50676 Cologne, Germany
https://goo.gl/maps/tLfPptqC3Z7FWKfn8
우선 BARF란,
*Biologically Appropriate Raw Food 의 줄임말로, 우리나라에서는 '생식' 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고기, 동물의 뼈, 과일, 채소 등의 생식을 필수 영양소 비율에 기초하여 공급하는 식이요법을 말하는데, 이 BARF 생식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브랜드도 있고 집에서 홈메이드로 충분히 만들어 급여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방문한 이 곳은, 바로 이런 BARF 에 기반한 생식 재료를 판매하는 오직 반려동물 들을 위한(고양이, 강아지) 정육점이에요.
*Metzger = 정육점
아직 한국엔 반려동물을 위한 생식이라는 것 자체도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데 이런 반려동물 전용 정육점이라는 샵이 있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인테리어도 정말로 깔끔해서, 누가 와도 나의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위해 다진 고기 조금 사볼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청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포스트에 올라온 모든 사진은 사장님께 사전 허락을 구한 후 진행되었습니다.
이 부분이 메인 부분입니다. 그날 그날 신선한 육류나 뼈, 다진고기 등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여기서 사장님과 상담 후 그램수를 재서 포장을 해갈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는 정육점과 정말 똑같고, 어쩌면 좀 더 청결하고 좀 더 비싸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렇게나 귀여운 사장님의 반려견도 함께 가게를 지키고 있습니다. 워낙 독일은 반려견에 대한 교육이 잘 되어 있다 보니, (함부로 아무에게나 분양을 허용하지 않으며 동물헌법이 있는 곳이 독일입니다) 짖거나 큰 말썽을 피우는 반려견을 찾아보기가 좀처럼 힘이 들었는데, 이 아이 또한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여기서는 BARF 생식만 판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도 한국으로 생식을 가져올 수는 없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지 않은 다양한 습식, 건식 사료들과 간식을 구매했습니다.
내부는 굉장히 아담한 사이즈이지만, 인테리어가 워낙 깔끔하고 배치를 잘 해놓은 덕에 상당히 다양한 제품들을 구경해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건조된 뼈간식들도 있었고, 냉동된 다진고기들도 한 켠에서는 판매하고 있어서, 꼭 생고기를 사가지 않는 사람들도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누나스에서도 제작을 준비 고려하고 있는 것 중 구급박스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반려동물이 다쳤을 때 집에서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용품과 약품을 넣어놓은 구급키트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려견을 위한 직접 만든 목욕 비누도 한 켠에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100그램에 4,90유로이니 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성분표기를 보니, 코코넛오일, 팜오일,올리브오일, 카카오버터, 물, 라벤더오일, 알로에베라 등 정말 반려견에게 좋은 성분들로만 가득했습니다. (샴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참 많아서... 이건 지금은 참고 나중에 포스팅 해보겠습니다.)
테라카니스는 누나스에서보 판매되고 있고, 이미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독일에서는 더욱 보편화되어 판매되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어딜 가나 테라카니스를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프리미엄 급에 속하는 정도의 가격대와 브랜딩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사료들도 많았는데, 대부분이 동결건조나 저온드라이 등 원료를 최대한 영양소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방식의 건강한 사료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건사료가 더이상 키블보다는 원료 그대로를 볼 수 있는 건사료의 형태가 많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정육점의 본 메뉴로 돌아가보면, 여기에서는 다양한 원료의 믹스를 메뉴로 해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소고기믹스, 가금류믹스, 생선믹스 등 다양한 믹스 레시피를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더욱 더 간편하게 균형 잡힌 영양 생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격대는 키로당 3유로부터 8유로(한화 약 5천원~15천원 선)로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디테일에서 얼마나 이 가게에서 반려견과 소비자를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전 디테일 덕후니까요...)
사장님과 짧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반려동물 생식 정육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아주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국내에도 한 번 생겨보길 기대하며, 사람과 공생하며 사는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가 존중받으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저는 오늘도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