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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 Nov 28. 2021

퇴사 후 1년

세상에 대한 이해

사실 직장을 더이상 다니지 않고자 했었다.

누구나 직장이 좋아서 다니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유독 내게는 직장생활이 힘들었다.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던 것 같다.


번역 일에 관심이 생겨 캣툴과 사업 방식을 알고자 영세한 번역회사 PM으로 이직했을 때,

내가 이정도 일 하는데 왜 여기서 이 돈 받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동종직무로 이직을 했다면 다시 신입으로 들어갔을지언정 훨씬 금전적으로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부분은 수평적인 직장 분위기였던 것 같다. 업무 파악하고 분위기 적응하는 데에는 확실히 수평적인 분위가가 편하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외국계를 선호하는 이유인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동종직무로 이직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어느샌가 도태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면접장을 가니 해외파, 제2 외국어 구사자가 즐비했고 한동안 번역을 하느라 영어를 안 썼더니 회화 실력도 줄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실력이 부족해서 적응못할 직장에 들어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면접을 더 다녀보니 공백기를 이리저리 설명해서 넘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리고 전 직장에서 겪었던 악순환이 되풀이 되리라는 우려도 내심 있었다. 그 악순환을 끊어내기위해서는 좀 더 내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에 도전해야 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러던 와중에 등산 모임에서 알게된 친구 S와 친해졌다. S는 내가 사는 동네의 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였다. 자신은 일이 잘 맞아 계속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때서야 원래 전공이었던 사회복지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나는 취업을 내 적성과 관심분야에 정 반대인 분야로 해버려서 그토록 적응하기 힘들어 했을지도 모른다.


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는 준 공무원 취급을 받기에 전공자가 선호하는 직장이다. 때문에 도중에 전과해서 타 전공으로 졸업한 내게는 자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결국은 공무원밖에 남지 않은 셈.

사회복지 직렬이 기피 직렬이라고는 하나, 겪어보기 전에는 모른다. 욕받이 무녀라고 자조섞인 말들이 근무 후기에 돌아다닌다. 어쩔 수 없다. 어디서 무슨 직업을 하던 나름의 고충이 있고 배워나가기 힘든 법이다. 그걸 극복하고 버텨내 적응해야 미래가 있다. 물론 성적 잘 나오면 일반행정직을 하겠지만




여담으로,

돈 편하게 벌 수 있는 길만 찾다보면, SNS 인플루언서의 혹세무민하는 문구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여기에 이끌려 본인과 아무 관계없는 것을 시작하면 아무런 결과 없이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날리기 쉽다. 그런 문구를 온라인에 뿌리는 이들은 매우 교묘해서 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런 실체가 없는 강의/컨설팅에도 후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상당히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 인생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컨설팅에 맡기다니. 안타깝다. 어쩌면 입시 만능주의의 폐해일지도. 반면 일부 자기 실력과 기반을 이미 다진 사람들은 그런 이들의 서비스를 잘 이용해서 자기 이익을 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본업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다. 2%만 부족했던 사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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