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나의 죽음과 주변 사람들

by 눈빛

요즘 연세가 있으신 배우분들의 부고 소식을 매체를 통해 연신 전해 듣고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가슴 아파하는 그들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아니 대부분의 경우

그 아픔 또한 머지않아 사그라들고,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 휘몰아쳤던 감정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죽는다는 건 무엇일까' 싶었다


정확히는 나의 죽음과 주변 사람들 간의 관계성에 대해 궁금해졌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일 수 있겠다

슬픔이라는 것도 결국엔 감정이고,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기에, 대개 현상이나 일은 발생과 소멸의 기간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례식장에서의 그들의 눈물은 '죽음'이라는 것이 주는 그 '일시적인' 그러나 엄청나게 큰 충격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죽음이 그들의 인생에 영구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죽기 전에 그들이 살아왔던 인생과 내가 죽고 난 후에 그들이 살아갈 인생은 나의 죽음을 경계로 하여 끊기거나 그 사이에 공백이 생길 수 없고, 생겨서는 안 된다

그저

가로로 길게 뻗어나가던 직선 위에 순간적으로 파동이 잠깐 솟아났다가 다시 수렴할 뿐이다

파도가 강풍에 의해 높아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음 날 아침 쨍쨍한 햇살 아래서 다시금 잔잔해지듯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파동을 일으킬 수 있게 됐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니

인간관계는 서로의 살갗에 작은 낚싯바늘을 살짝 끼워두게 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중 한쪽이 먼저 눈을 감아, 낚싯줄이 끊어지면 결국 바늘에 의해 피부가 살짝 벗겨지고 통증이 조금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은 오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작은 흉터가 생긴다

이 자국은 살아가는 데 불편을 주지는 않지만, 어느 날 우연히 시선 끝에 걸리는 날에는 한 번쯤 우리를 회상하게 되는 매개로서의 역할을 하는 정도가 된다


나의 사람들에게 나의 죽음이 그냥 딱 그 정도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아예 잊고 살아주기를 바란다고는 못하겠다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내가 죽었다는 사실에 너무 아파하지 말고

그냥

살아가다가

함께 가던 장소에서, 함께 먹던 음식을 보고, 함께 듣던 음악을 듣다가

그저 문득

정말 한 번씩

나를 떠올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