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末; 한 해의 마지막 무렵
9월 23일과 D-100
난 그저 아홉 번째 달에 놓여있었을 뿐인데, 괜히 100이라는 숫자에 조급함이 묻는 것은 왜일까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진 않은 날씨
늦여름과 초가을의 경계에서 잇달아 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을 챙겨야 하는 것이 성가시고
일교차 때문에 긴팔 입기에는 덥고, 반팔만 입기에는 추운 것이 성가시다
연말
年末; 한 해의 마지막 무렵
사람마다 언제부터 한해의 막바지라고 생각하는지는 다르겠지만
11월 15일
내 연말이 시작하는 날이다
'조금 있으면 12월이네. 이제 정말 올해가 며칠 안 남았구나' 하는 지점
캐럴을 들으면, 그런 노래들이 길거리에서 들려오면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네. 이제 정말 연말이구나' 싶은 때가 있었다.
그때의 순수함은 크리스마스라는 상징적인 날이 주는 감동과 의미에 아무 의심 없이 웃어 보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였던가
이제는 12월 25일 또한 365일 중 하루일 뿐이라는, 무색(無色)의 날이 되어버렸다.
나의 연말은 더 이상 특별한 날과 노래, 설레는 분위기로 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올해 이룬 게 뭐가 있지?', '벌써 1년이 지나갔다고?', '내년에는 뭐 하지?'와 같이 그동안 해온 것들을 체크하여 해낸 것에 만족하고 못한 게 있다면 마음이 급해지고, 후회하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기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소재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쓰기 시작했을 때는 분명 '내가 연말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데, 생각에 생각을 하다 보니 어쩌다 비관적인 내용이 된 것 같다. 아니, 현실적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까.
그래도
쌀쌀해진 날씨에 내가 좋아하는
무게감 있는 청바지와 피부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후드를 입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자꾸 몸을 움츠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목이 하나둘씩 없어지는 즈음의
그 무렵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