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하면서 시린, 시리면서 포근한
스탠드 불빛 하나에 의존한 채
방 안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타닥타닥하며 무언가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겠거니 했고
두 번째는 옆방에서 벽을 치는 건가 싶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세 번째로 소리가 난 후
의자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추정되는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눈이 오고 있었다
새벽안갯속에서 뚜렷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세상은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이것 좀 보라고 눈송이들이 창문을 두드려 나를 부른 것일까
나는 그 부름에 답을 하듯 살며시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새벽 겨울바람이 인정사정없이 얼굴에 부딪히고
눈이 시리고, 코와 입은 금방이라도 얼 것만 같았는데
가슴은 따뜻해져왔다
올겨울에는 구름에서 어떤 향수를 뿌리고 내려온 건지
눈송이가 흩날리며 수줍게 뿜어내는
솜사탕 같은 달콤한 향이 은은하게 코끝을 간질였다
길 건너 보이는 불 꺼진 집들
미동조차 없이 일렬로 서 있는 주황빛 가로등
그런 도시 위를 덮고 있는 회색빛 하늘
외로움과 따스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새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