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성장 노트

1화. 20대, 내가 배운 가장 빠른 성장

by 눈보라

나는 미술을 오래 준비했다.

아마 4살 때부터였을 거다.

어릴 때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던 나는

미술학원에서 늘 기대하는 유망주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현실과 마주하게 되자 고민의 밭에 빠진 나는

갑자기 진로를 틀어, 대학은 미술과 무관한 법과 관련된,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에 진학했다.


처음엔 ‘이 길이 괜찮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길이 내 것이 맞는지 자꾸만 흔들렸다.


가족은 말이 없지만, 말 없는 기대는 더 무거웠다.


특히 오빠는 한 번도 삐끗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전교 1등과 반 1등을 한 번씩은 해봤었다. 대학교 또한 잘 다니고, 바로 임용고시에 붙어 교사가 되었다.


부모님은 요즘 “오빠처럼 한 번에 붙어서 졸업하자마자 일을 해라 “, ”오빠는 한 번에 붙었는데 너는 설마 못하니? “, 다른 진로는 생각도 하지 말고 친구도 다 끊고 공무원 공부에만 몰두해라.” 등 내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말들은 나를 더 초라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현실적인 조언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가시 같은 말들이었다.

둘째인 나는 늘 부족한 모습으로 비교되었다.

나도 내가 오빠만큼 똑똑하지 않은 걸 알고 있다.

나도 늘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하나가 아닌가 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 나날이었다.


그럴수록 나는 가족보다는 연애상대에 기대곤 했다.

누군가의 곁에서만은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 방식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에 기대면 기대할수록, 나는 점점 더 비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별은 아팠지만 동시에 가장 빠른 배움이었다.

사랑은 내 결핍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었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떤 관계 속에서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천천히 단단해지고 싶다.

아직 서툴고 방황하지만, 이 서툼 속에서 배우는 속도가 바로 지금의 나이만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23년도에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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