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당 安懷堂

노인을 편안하게 하고 어린이를 품어주는 곳

by NC

친정부모님은 은퇴후 충청도의 작은 시골마을로 이사를 하셨다. 특별한 연고가 있는것도 아니었고, 투자(?)의 목적은 더더욱 아니었고, 자급자족을 최대한 이루고 싶으셨던 아빠의 막연한 희망으로 귀농을 결정하셨다. 마침 TV에서는 시골인심이 알고 보면 무섭다, 시골로 귀농한 외지 사람들이 마을이장들로 부터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한다등의 고발 프로그램이 있었던지라 겁이 나기도 했지만 부모님은 마을에 잘 스며드셨다. 먼저 인사도 잘하시고, 마을 어른들께 집지어 이사했다 보고하시며 떡도 돌리시고, 초대도 하시고. 덕분에 마을 높은 산자락에 강이 탁트이게 보이는 정남향 집을 지어 안정적으로 귀농생활을 시작하셨다.


언듯보면 그리 넓어보이지 않는 집앞의 100여평 텃밭은 그러나 평생 농사를 지어 본적이 없는 부모님께는 쉽지 않은 큰 일이었다. 매일 물을 충분히 주는 일부터, 풀을 정리하고, 자라나는 작물에 길을 만들어주고, 때에 맞게 수확하고. 이제 10여년이 되어가니 아빠는 농부가 다 되신듯 하지만 한평생 농사를 지으면 살아오신 마을 어른들이 보시기엔 어설플 수 밖에. 때론 답답하신 마을 어른들이 “내 그냥 풀좀 정리해주마” 말씀도 하신다 하셨다.

무엇보다 이 마을에 잘 정착하실 수 있었던 이유는 동네 작은 교회에 출석하시면서 교우분들과 또 다른 신앙의 여정을 시작하셨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작은 시골마을 교회. 대부분의 성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하지만 우리 인생이 늘 그렇듯이 여기서도 귀한 인연과 배움은 계속된다.



큰아이가 작년 여름 이 작은 교회에서 클라리넷으로 특별송을 연주했다. 아마도 클라리넷이라는 악기 소리를 처음 들어보신 어르신들도 많으셨을 것이고, 오랫만에 어린 청소년이 교회에 출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신 어르신들도 많았다. 연주가 끝나고 그야말로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고, 예배후 많은 분들이 아이를 둘러싸며 여러 표현으로 칭찬해주셨다. 아이는 그 연주가 어르신들께 어떤 의미였는지 가늠 할 수 있었을까?

농사일로 심신이 피곤하지만 주일을 성수하기 위해 교회로 발걸음하신 어른들, 이분들이 행여 육신의 피곤함으로 설교시간에 주무실까봐 빠르고 큰 목소리로 설교하시는 목사님, 단 한명의 청년이기 때문에 음을 맞추지 못해도 계속 성가대원을 할 수 있는 교회.

이 곳에서 J의 연주는 그 순간 어른들께 기쁨이 되었을것이다. 음악자체가 주는 아름다운 선율로, 찬양을 연주하며 그 찬양말씀대로의 의미로, J라는 젊은 청소년의 존재 자체로, 공동체로서 나눌수 있는 기쁨으로 받아들여주셨을 것이다.

J는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제법 잘 연주하면서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여러 연주경험을 가지게 되었다. 작은 교회의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의 연주, 2살 아이의 생일 파티 축하연주, 지역 최고 챔버팀 경연대회에서 수상하여 카네기홀에서 했던 연주, 살고 있는 주의 악장으로 뽑혀 며칠의 합숙 연습후 했던 연주. 각자의 의미가 있겠지만 음악만이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universal) 줄 수 있는 위안, 인간의 감각을 깨우는 아름다움, 각자의 삶을 통한 음악의 이해와 해석, 연주 순간 관객과의 교감을 통한 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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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직 어린 아이에게 너무 거창한 단어들의 나열 일 수 있지만, 아이가 성숙해가면서 음악을 통해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배워가길 바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자라고 나면, 아빠가 '안회당 安懷堂: 노인을 편안하게 하고 어린이를 품어주는 곳'이라 이름을 따온 이 부모님집, 거실 테이블에 같이 앉아 마을을 내다보며 이런저런 마을 근황을 도란도란 나누고, 이런게 일상의 행복이구나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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