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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요 Nov 25. 2023

#05 하루종일 일한 것 같은데 수입이 0원이에요.

나 혹시 잡히지도 않는 신기루를 쫓는걸까.



계속 찝찝함이 남아있습니다. 마치 다시 수험생이 된 것 같습니다. 친구들이 놀자고 해도 부담스럽고 머리를 식히기 위해 최애 프로인 ‘피식 대학’을 틀어도 몇 분을 보다가 내가 이럴 시간이 있나 싶은 조급함이 밀려왔어요. 정신을 차리고 살고 있는 방안을 천천히 돌아보니 엉망이었습니다. 다들 이렇게 잡히지도 않는 신기루를 움켜쥐려 노력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분명히 하루종일 일한 것 같은데 수익이 0원입니다. 매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일하는 저를 보며 한 친구는 "너 지금 다니는회사(?) 정말 악덕이다! 무슨 밥도 안주냐!" 라는 말을 합니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적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났습니다.


사업= 꿈얘기
남의 꿈얘기= (보통)헛소리
실무= 헛소리 구체화시키기


간밤에 꾼 꿈 얘기하는 친구 헛소리 듣는 것도 이해 안가는데, 쌩판 첨 보는 사람(대표) 헛소리 듣는 게 이해가 가겠냐고......  혹시 내가 준비하고 있는 과정이 헛짓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에 공포에 잠겼습니다.


쌓여가는 스와치와 제작장비들



사업계획서를 쓰고 컨설팅이나 자문을 받으러 다니다 보면 앞에 계신 담당자분께서는 꼭 이 질문을 물어보십니다. “지원동기가 뭐예요?”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이 어련히 하는 통상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채점을 할 때 굉장히 높은 비율의 점수로 매겨진다고 합니다. 그때 지원자의 반짝이는 눈빛, 일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사실 사업을 끌어가는 전부라고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첫 마음


저 또 한 다시 자리에 앉아 질문으로 돌아가봅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려고 했을까?’ 질문에 저의 답은

첫 마음. 동기라는 게 저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사업을 결심하고 적었던 저의 꿈이 담긴 일기장, 신나서 떠들고 다녔던 지난 시간이 담긴 영상에서 전달되는 당시 저의 기대와 열정이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보면서 그 친구의 열정에 묘하게 저도 설득되더라구요.ㅎㅎ  과거의 제가 지금의 저에게 다시 한번 용기와 힘을 내게 해 주었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하이브 대표 방시혁 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은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말을 안 좋아한다고. 워라밸이라는 표현부터 일을 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면서요. 워크 라이프 하모니(Work and Life Harmony)라는 말을 선호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곰곰 생각해 보니 회사를 다니던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워라밸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일은 회사 내에서 끝내고, 프로젝트는 그 걸로 써 끝내면 되니까요. 하지만 지금 뭔가를 꾸려가고 있는 제게는 워크라이프하모니가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일을 삶으로 받아들이기. 너무 당연한 사실을 왜 까먹고 있었을까요.


하이브 방시혁 대표의 인터뷰.



김상현작가님의 책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결국 오래오래 달려서 완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나만의 속도로 달려나가는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일이 빠르지 않다고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리하는것을 오히려 두려워해야할 것 같아요. 오늘도 흐려졌던 마음만 조금 바꾸니 다시 또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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