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으로 시작해서 깊어지는 마음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설렘이라는
요 근래 찾기 어려웠던 호사스러운 감정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설렘으로 시작해서 깊어지는 마음.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처음 보자기라는 아이템을 알게 된 건 ‘금옥당’이라는 양갱을 파는 한 상점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회사에서 명절을 맞아 예우품을 준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한정된 예산안에서 무언가 특별한 선물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마음이 느껴지는 특별한 선물을 골라내야 한다는 미션에 며칠간 머리가 지끈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우연히 ‘금옥당’이라는 양갱집을 알게 되었어요. 2020년에는 k디저트가 지금처럼 이렇게 인기를 끌던 시기가 아니었던 터라, 양갱이라는 새로운 디저트에 근사한 포장지까지 씌워지니 제 눈엔 정말 멋스럽고 세련되게 느껴졌습니다. 곱게 보자기 포장 된 금옥당의 선물도 준비를 참 잘했다며 회사에서 만족스러운 피드백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꼭 귀한 대접을 받은 기분이라면서요.
우리가 선물을 구매할 때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게 될까요? 안에 내용물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위에 곱게 감싸진 포장지 또한 마음을 담은 선물을 고를 때 중요한 부분 같습니다. 강렬한 인상이 오래 기억에 남았는지, 그 뒤로 저는 보자기마스터 1,2급을 모두 취득하고 이렇게 보자기클래스를 강의를 하기도 하고, 판매를 하기도 하며 보자기가 가진 매력과 가치를 전하는데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결심이라는 건 꼭 새로운 세계의 입구 같습니다. 결심은 결국 행동으로 옮겨지면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전통을 넘어 그 속 많은 이야기를 알아가게 되면서, 생산-판매자의 고충 또한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모르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달까요?
여하튼 보자기클래스의 은사님을 만나 40여 개가 넘는 보자기 매듭법을 배우고, 그 안에 담긴 철학과 의미 또한 함께 발견해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얼마나 손재주가 없는지도 여실히 알게 되며(열정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만들어지는 매듭의 모양이란…ㅠ) 여느 학원의 수업처럼 돌아와서 복습하고 다시 익혀보는 과정을 거듭했습니다.
무형에서 유형의 어떤 것을 만들어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내 머릿속의 생각과 결과물의 괴리가 얼마나 처참한지를요. 별거 아니게 휙휙 만드신 선생님의 작품은 한눈에 봐도 근사했지만, 제 작품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작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더 심각하더라고요. 매듭법 하나의 숨은 디테일을 파악해야 완성도 있는 작품이 나오는 것처럼 제품을 만드는 것 또한 머릿속에 있는 것과 작업지시서로 그려낸 모습, 그리고 샘플이라고 완성돼서 나오는 상품까지 일에서 열까지 손이 안타는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보자기 매듭을 맬 때도, 제품을 기획할 때도 제 안에 있는 설렘이라는, 요 근래 찾기 어려웠던 호사스러운 감정으로 함께 했다는 점입니다. 설렘으로 시작해서 깊어지는 마음.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설렘은 우리가 잃어버린 중요한 무언가를 찾아주는 도구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