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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구르르꺄륵 Aug 25. 2024

아빠는 사실 관종이었던 거야

100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누누재재~♥♥

드디어 누누재재의 100일이다! 100일은 아기들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꼬박 1년이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아기들은 이때까지만 잘 컸다면 큰 무리 없이 생존할 수 있었다. 따라서 100일 잔치는 아기들의 semi-생일잔치이자, 지금까지 잘 버텨주어 고맙다는 의미의 행사인 것이다.




누누재재는 따로 100일 잔치를 하진 않았고, 대신 집에서 셀프로 백일상을 차려 가족들과 축하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아기들 백일상과 의상, 떡을 고르느라 한 달 전부터 인스타에 혈안이었다. 마침내 업체가 선택되었고, 상을 받아오는 역할은 역시 아빠의 몫. 큰 철제 상과 음식을 놓을 그릇, 초, 끈, 족자, 천, 의자 등등을 실은 손수레를 끌고, 다시 차에 분리해서 싣고, 집에 돌아와 다시 짐을 손수레에 싣고, 집까지 끌고 간 후, 짐들을 옮기고, 철제 상을 피는 것까지가 아빠의 일거리다. 햇볕은 땅을 태우고, 목과 피부를 지지는 아주 무더운 여름날이다.


여차저차해서 짐을 싣고 온 후 백일상 세팅이 끝났다. 50일 기념 촬영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약 3일 간 틈틈이 사진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누누재재는 그동안 부쩍 성장해서 이제 목을 어느 정도 가누기 때문에, 50일 촬영만큼 힘들진 않았다. 다만 앉아있는 행위 자체가 아기들의 근육을 계속 쓰는 일이라 토를 주륵주륵 하고, 요즘 또 개방한 수문 덕분에 침을 질질 흘리는 누누재재의 입을 계속 닦으며 촬영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50일 때만큼 누누재재가 많이 보채지 않아서 촬영 결과물은 아주 만족스럽다. 


누누재재가 100일이 지나면서 우리는 근처 대형 백화점에 마실을 나갔다. 요즘 백일해가 유행이라 100일 전에는 외부 외출은 금기시하고 있었는데, 외부 환경에 아예 노출을 시키지 않을 수도 없으니, 집 근처 시원한 백화점에 유모차를 끌고 나들이를 나갔다. 

나에 대해 한 가지 알게 된 점이 있다면, 나는 생각보다 관종이라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누누재재가 가는 곳마다 시선집중이다. 맞은편에서 무표정하게 걸어오던 사람들도 유모차 안의 누누재재를 보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맞습니다 맞아요. 누누재재가 많이 귀엽긴 하죠? ;-) 제가 생각할 땐, 이 백화점 안에서 우리 누누재재를 이길 아기는 없습니다. 맘껏 구경들 하세요~ 

사람들이 미소만 던지고 가는 건 아니다. 꽤 많은 사람들은 누누재재를 보고 느낀 귀여움을 생각으로만 담아두지 않는다. 특히 커플로 다니는 분들이나 어머님들은 우리를 지나치며 한 마디씩 하신다. '봤어?? 세상에.. 너무 귀엽다..' 덕분에 관종이 되어버린, 아니 어쩌면 관종 DNA 가 이제야 발현해 버린 나는 어깨가 으쓱으쓱하다. 밖으로 마실이나 근교로 산책을 나가는 걸 좋아하는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다음 주도 사심을 채울 수 있게 또 마실을 나가자고 한다. 앞으로 주말마다 사심 채우러 마실을 나가야겠다.


사실 첫 외출은 긴장을 많이 했다. 누누재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 앞으로 익숙해지겠지만, 아직 짧은 외출 시간 탓에 가족 화장실에서 기저귀를 간다거나 하는 상황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왠 걸? 누누재재는 아주 조용하고 편안하게 유모차에 탑승해 있었다. 심지어 날씨가 꽤 무더운데도 백화점을 가는 길에서 전혀 칭얼대지 않았고, 유모차의 덜덜거림이 좋은지 백화점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잤다. 지금 이 그룹에서 칭얼대는 사람은 덥다고 투덜대는 아빠 뿐이다. 너희가 아빠보다 낫구나~ 




누누재재 100일 축하해~♥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nunujeje.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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