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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Nov 28. 2021

사람들이 미니쿠퍼를 타는 이유

파퀴아오의 주먹처럼, 강하고 허세부리지 않는다

20살 즈음, 사촌형이 몰고 왔던 미니쿠퍼 JCW를 보고 다짐했습니다.

 

- 난 미니쿠퍼를 사고 말테야. 저 작고 귀여운 차를 내 소유로 만들고 말테다 



동글동글한 라이트, 귀여운 시동 버튼(꼭 누르면 미사일이 나갈 것 같은), 쌍둥이 배기 머플러까지… 하지만 순둥한 이미지와는 일단 다르게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차는 폭발하듯 튕겨져 나갔습니다. 마치 두 얼굴을 가진 사람처럼요. 알고보니 다른 차들 보다는 가벼운 중량에 좋은 엔진을 달아 놓은 이 미니를 사람들은 ‘펀 카’ 라고 부른다고합니다. 말 그대로 엄청나게 재밌는 차 라는 거겠지요. 그리고 10년이 지난 올해 저도 미니를 사게 됐습니다. 처음 미니를 받은 날엔 너무 이뻐서 쳐다만 봐도 행복해졌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차가 세상에 있다니! 시동만 켜면 미니쿠퍼는 제발 달리게 해 달라고 그릉 그릉 대고 있습니다.


귀엽게 생겨서 이게 무슨 우주선 발사 버튼이냐구... 너가 최고야



물론 미니는 실용성이나 편의성 때문에 타는 차는 아니라고 많이 들어보셨겠죠? 제 친구가 차를 보고 


‘왜 비싼 경차를 샀어ㅠㅠ’ 


라고 말했던 것 처럼 어떤 인터뷰(발췌: B매거진)에 의하면 실제로 미니는 승차감, 조작성, 편의성 등 현대의 거의 모든 차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에서 반대로 간다고 합니다. 애초에 57년 영국의 석유파동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매우 경제적인 차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태생적 한계가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로 잡게 된 거라고요. 장시간 운전을 하면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시트의 높이나 핸들과의 거리를 전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 같은 건 없고 노면 소음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미니가 주는 ‘어떤 감성들’이 시간이 갈수록 단단한 팬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미니 차주로써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매우 중요한 미니의 '어떤 감성들' 


1. 작고 허세부리지 않습니다:

미니의 디자인은 근본적으로 사람을 즐겁게 만듭니다. 파퀴아오의 주먹처럼 작고 허세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S모델, JCW 모델의 엔진이 강합니다. 좀 많이.


2. 보통 사람으로 불립니다:

저는 제 미니의 애칭을 ‘민이쿠퍼’라고 붙였는데 주변에 미니 타시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이름을 붙여두신 듯 합니다. 쿠펭이, 쿠펑이, 김민, 박미니 등등이 있습니다.


3. 같은 미니가 없습니다:

BMW 인수 후 양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하니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지만(미니에서 대부분 미니쿠퍼 및 세대로 나뉘고 있음 / 현재 저는 3세대 미니쿠퍼 5도어 해치백 S를 타는 중) 미니의 디자인은 커스텀할 수록 제 맛! 세상엔 같은 미니가 없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이드미러 커버부터 내부에 카시트, 발 매트 등 커스텀이 즐겁습니다 (feat. 알리바바 쇼핑)


4. 전문 병원이 있습니다:

이건 좀 장난이긴 하지만 서울 송파에는 ICM이라는 미니쿠퍼 종합병원이 있습니다. 링거(엔진오일)를 맞고 있는 미니들이 보입니다. (ㅎㅎ) 너무나 친절하신 사장님들 최고!


5. 미니쿠퍼 차주들의 내적 흥분:

미니쿠퍼 차주들은 도로에서 서로를 마주치면 반가워합니다. 미니쿠퍼는 동생, 미니쿠퍼 S는 그보다 형, JCW는 그보다 더 형.. (이거 진짜에요!) 4차선에서 앞옆 미니들이 서 있으면 진짜 너무 즐겁다니깐요.




미니 도어 라이트. 내가 이 차에 반한 부분 중 하나!




가끔 스마트폰 스트리밍보다 LP의 아날로그 소리가 훨씬 좋게 들리는 건 쉽게 들을 수 없어서, 음악을 더 대접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어서 그런게 아닐까 해요. LP판을 들고 가서 얹는 순간이 좋은 거겠고, 모아둔 LP판 앞에 서서 어떤 노래를 들을까 고민하는 순간이 좋은 것이겠죠


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전자 장비가 너무 많아지면 차의 영혼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미니쿠퍼 이야기를 하자면 지면을 끝없이 채울 자신이 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미니쿠퍼에 혹시 관심이 생긴 분들을 위하여 짧은 모델 정리 후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미니쿠퍼 모델 간단 정리

쿠퍼 클래식 (가솔린 및 디젤 = D): 가장 평범한 모델, 1499cc 엔진 착장

쿠퍼 S: 클래식보다 높은 터보 엔진을 장착하여 (1988cc) 펀카의 재미를 한층 높인 차량입니다. (필자의 차)

쿠퍼 JCW: 미니쿠퍼의 프리미엄 고성능 버전. BMW의 M, 폭스바겐의 골프 R, 벤츠의 AMG 등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다음은 JCW를 타러 가 볼까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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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심상치 않습니다. 맥 빠지는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변이가 너무 심해져서 다음 주 더 심각해진다면 핀란드 행을 모두 취소해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두 코로나 조심하시구요,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여러분~ 미니타세요~! 부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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