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숙소를 예약해보자(부킹닷컴, 에어비앤비)
헬싱키에 도착해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날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총 9박 10일. 9일 간 어디서 어떻게 자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역시 집 떠나면 고생한다는 말이 맞나? 예전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벌써 조금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여행에 대한 피로가 오는 것은 아니고,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서 숙소를 고르고 결제하는 행위가 귀찮다는 말. 무계획과 젊음은 반비례하는 것 같다. 물론 인천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면 이런 피로는 언제 쌓였냐는 듯 사르르 녹아 없어지겠지.
지난주에 이동 수단을 예약했으니 이번에는 빠르게 숙박을 예약해보기로 한다. 하루하루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건지 대략적인 메모도 남겨두려고 한다. 노션에 쓸 바에야 사람들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공유하기로 했다. 홍익홍익!
* 숙박: 2박
* 위치: Diana Hostel
* 예약: Booking.com
14시에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한다. 반타에서 헬싱키로 공항 철도든, 버스든 이용해 이동 후 숙소로 도착. 숙소 갔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의 목표. 누워서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해보지만 가방만 던져두고 타운을 열심히 돌아다닐 것을 나는 안다. 첫 이틀은 호스텔로 예약하려고 한다. 사연 많은 여행자 코스프레를 위해선 호스텔이 최고지. 가방에 와인 같은 술 한병 꽂아두면 완벽한 여행자 모드에 가까워진다.
부킹 닷컴으로 빨리 찾아보니 지난주에 봤던 것보다 자리가 없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슬슬 사람들이 예약을 하나 본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호스텔을 예약할 때는 사실 크게 따지는 건 없다. 위치와 와이파이, 가능하다면 조리 시설 정도만 있다면 나는 보통 예약해버린다.
이번 헬싱키에서 고른 호스텔 이름은 Diana Park. 박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오픈한 호스텔이거나 근처에 Diana 공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가격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위치가 좋았다. 도착하면 짐을 풀고 가장 먼저 뜨거운 물로 씻은 후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려 한다.
한 번도 준비 과정을 누군가와 공유한 적은 없었는데 (공유할 만큼 정리해본 적도 없지만) 이렇게 미리 정리하며 상상해보니 정리해보니 생각보다 즐겁다.
코로나 때문에 이런저런 복잡한 일들이 생길 것 같아 불안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깐 하지 않는 걸로… 나 유도 유단자다! 큰데 키는 170…
이번 여행에도 유심을 살 생각은 없어서, 아마 호스텔에 도착하면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로드하여야 할 것 같다. 내 숙소 위치만 찍어두면 길을 잃어도 돌아갈 수 있으니까,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 고마워요 구글의 모든 천재 여러분! 무튼 호스텔의 위치는 City Centre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크리스마스 마켓이든, 사우나든, 기차역이든 모두 가까울 테니까 여기서 쉴 때는 크게 걱정은 없을 것 같다.
호스텔에는 직원이 있다. 직원에게 던진 질문에 나오지 않는 답은 거의 없으니 든든하다. 첫날과 둘째 날은 호스텔에서 정보와 에너지를 가득 채우기로 계획한다. 다음 날부턴 조금 로컬 놀이를 해보기로.
* 숙박: 2박
* 주소: 60.1600910, 24.9169960 (좌표)
* 예약: Airbnb
로컬 놀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커다란 백팩 가방을 메지 않고 다니는 패기를 장착하는 일과 에어비앤비 예약이 있다. 실제로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 간 코스트코 플라스틱 백을 들고 장 보러 다니는 게 즐거웠다. 아무렇지 않게 방에 돌아와 지역 농산물과 공산품들을 늘어놓으면 쳐다만 봐도 흐뭇하다. 나 여기에 살아도 되겠는 걸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아무튼, 이런 여행을 위해서 빠르게 에어비앤비를 예약해보기로 했다. 어디가 좋을까? 호스텔 이틀은 너무 센터에 있게 될 것 같은데, 이왕이면 바다도 가깝고 뒷골목도 좀 걸어 다녀보려면 센터와 조금 먼 곳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후보를 보다가 부엌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합격을 줬고 호스트에게 연락했더니 예약 확정을 줬다. 바로 근처에는 플리마켓이 열리는 듯한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거라고 확신한다. 4인용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거다. 그러다 술기운이 올라온 김에 밖을 쳐다보다가 잠깐 별똥별 보고 싶다는 말도 중얼거려보고, 가능성이 없는 오로라의 습격도 상상해보겠지. 옆집 이웃이 남은 라자냐를 가져오며 한잔 할 거냐고 물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다. 아마 벌어지기 힘든 일이겠지만 또 모른다. 이건 여행이니까. 여행은 무슨 일이든 벌이려고 안달이 나 있는 놈이니까.
위치는 조금 구석이다. 하지만 발트해를 따라 항구를 구경할 수도 있고 보통 저런 곳에는 초밥 집이나 아시안계 식료품점도 있을 테니까 오히려 내겐 좋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의 목표를 한번 잡아보고 싶다. 카모메 식당 같은 곳을 하나 찾는 건 어떨까 싶다. 5일간 헬싱키에 머물면서 매일 들릴 수 있는 그런 장소 하나 정도 찾아두기. 언젠가 헬싱키에 다시 들를 때, 푸근한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아마 Harbor, Terminal 같은 단어가 지도에서 계속 보이는 걸로 봐서는 아침에 눈 뜰 때 뱃고동 소리에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잠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굵고 짧게 울려주길.
해가 빨리 지니까 북유럽 사람들은 내부에 많이 신경을 쓴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의자는 단연 인기인데, 사회에 나가 첫 월급을 받으면 북유럽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의사를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그들은 의자가 단순한 가구로 보이는 것이 아니고 소중한 공간을 연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소품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내부 생활을 해야 하니 편한 의자가 필요한 건 당연한 걸 테고! 암튼 에어비앤비를 둘러보는데 대부분의 방이 이케아 쇼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소품들이 돋보인다. (나중에 풀게 될 알바 알토 썰과도 연관이 있을 듯)
완벽 여행자로 빙의하기 위한 이틀을 위해 호스텔을, 여유로운 로컬 연기를 위해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이로써 총 필요한 숙박 9일 중 4일을 해결해두었는데, 이제 크리스마스 마을과 탈린에서의 숙소만 해결하면 된다. 숙소까지 예약하고나니 슬슬 정말로 가는 건가 싶다. 길고 긴 코로나가 끝나긴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