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 중 극강 P를 담당하는 사람의 여행 준비 (feat.핀란드)
ENFP의 최강 P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행에 준비란 없다는 주의지만 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는 끊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순례길에 다녀온 이 후로 두 다리도 힘들고 까딱하면 뭔 일이라도 날 것 같아서 준비를 해보기로 합니다. 가 본 나라도 아니고 북유럽은 더더욱 무섭고, 여자친구가 말 해주지 않았다면 산타마을이라는 존재도 몰랐을 테니... 원하는 도시만 핥고 돌아오는 여행 말고, 이번엔 조금 더 목표 지향적인 나들이를 해볼까 합니다. 이런 기록은 남들 블로그로만 보는 건 줄 알았는데 제가 쓰려고 보니 정말이지 귀찮고, 그들에게 새삼 감사해집니다. 이번엔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멍때리고 뭐하나 놓칠 것 같아서 하나 하나 기록하기로 합니다.
'왜 무언갈 보고 와야해? 그냥 다녀올래~~' 스타일의 내가 준비를 해야겠다고 느낀 건 어젯 밤... 쎄한 기분에 비행기 일정을 보는데 이거 이거 이상합니다. 지난 10월 비행기를 예약했고 발권까지 완료했는데 왜 하나는 대기일까요? (뭘 왜야.. 항공사 다 그렇지 모..)
혹시나 이메일에 핀에어에서 날아온 편지가 있나 찾아보니까 있습니다. 골자는 '너의 예약 비행기가 취소되었고 우리가 일단 다른 날짜로 해놨어~! 얼른 다른 날짜로 바꿔서 너에게 유리한 여행을 하길 바래. 미안하지만 그렇게 미안하진 않아... 그럼 수고...'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ㅋ
경험상 이럴 땐 보통 에어라인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 봐야했던 것 같아서 홈페이지에 직접 예약번호 치고 접속해봤더니 날짜를 주면서 선택하랍니다. 이 귀중한 휴가를 하루라도 소모할 수 없으니 12월 11일 말고 12월 9일로 다시 예약하기로... 일단 회사에는.. 사실대로 말하고 휴가를 하루 더 쓰든 해야겠습니다만 일단은 하루 더 쉰다는 행복이 나를 귀찮게 만든 핀에어에 대한 분노보다 컸다고나 할까요.
여행 전에 이렇게 힘을 뺀 적이 있었나... 싶지만 이번 여행 좀 쎄하기에 유럽 내 이동수단부터 빠르게 예약을 해볼까 합니다. 자, 그럼 일단 큰 놈(국가 간 이동)은 쳐냈고, 헬싱키에 도착하면 12월 9일 (목) 오후 14시입니다. 이때부터 무얼하면 좋을까 생각해보면 몇가지 이동수단은 나오겠죠?
일단 제가 가려고 했던 도시를 리스트업해보자면 산타마을과 오로라가 존재하는 Rovaniemi와 에스토니아 Talin, 비행기 In&Out을 담당하는 헬싱키인데 대략적으로 이동 경로를 적어보니 이랬습니다.
<이동이 필요한 순간들>
0. ICN(인천) <> VANTA(헬싱키) - 완료
1. 헬싱키 (IN) > 로바니미 - 미완료
2. 로바니미 > 헬싱키 - 미완료
3. 헬싱키 > 탈린 - 미완료
4. 탈린 > 헬싱키 - 미완료
아.. 해야할 것부터 적어보니 벌써 귀찮아졌지만 오늘 안 끊으면 저는 사람이 아닐 것이기에 빠르게 끊어보려합니다. 레쯔고!
1. 헬싱키 > 로바니미 (비행기)
헬싱키와 로비니미(산타마을)을 이동하는 수단은 VR기차(는 대부분 야간열차)와 비행기가 있지만 가는 길에는 비행기로 가기로 했어요
수하물 추가해서 스카이스캐너에서 끊어버렸습니다.
가격: 약 80,000원
2. 로바니미 > 헬싱키 (야간열차)
또 제가 열차에서 자는 것 하면 대박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사진들을 좀 살펴보니 시베리아 횡단열차보다 훨씬 깔끔 + 청결인 것으로 보아 안락한 여행이 예상되옵니나이다
핀란드 VR 기차에서 자면서 숙박 해결(예약해야하는 숙박 9개 중에 1개를 쳐냈다✌) 하고 도착하면 아침 9시일테니까 바로 이 시간에 맞추어 탈린으로 이동하는 페리를 타면 되겠음
가격: 159 USD
3. 헬싱키 <> 탈린 (페리)
헬싱키 야간열차가 도착하는 곳에서 탈린 페리를 타는 곳까지는 걸어서 약 20-30분 정도? 비행기에서 주섬 주섬 내려서 커피도 한잔하고 사진도 좀 찍고 헬싱키 공기도 좀 마셔야 될 테니 오후에 출발하기로 함
돌아오는 날에는 탈린에서 아침 헬싱키로 오기로 했다. 탈린에서 돌아오는 날 = 헬싱키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날!
가격: 약 67 USD
최종 이동수단 가격
0. ICN(인천) <> VANTA(헬싱키) - 약 110만원
1. 헬싱키 (IN) ✈️ 로바니미 - 약 8만원
2. 로바니미 > 헬싱키 - 약 20만원
3. 헬싱키 > 탈린 - 약 5만원
4. 탈린 > 헬싱키 - 약 5만원
아 이제 이동수단을 모두 끊었습니다. 이동동선을 고려하면서 (구글 맵스를 열심히 쳐다보면서) 결제까지 완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시간 20분. 정말 대견하다못해 장해서 노트북을 덮으려는데 마케팅 메세지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부킹닷컴: "너 산타마을 가냐? ㅎㅎ 거기 곧 숙박 없음 빨리하렴 ㅅㄱ"
인생은 왜 이렇게 고달픈 것일까, 저는 본업이 마케터인데 이런 메세지들을 보면 확인해봐야만 속이 풀려서 꼭 확인을 해봅니다. 그리고 마음이 조급해진 저는 딱 산타마을 숙소까지만 예약하고 진짜 X2 노트북을 접겠다고 다짐합니다.
헬싱키에서 Rovaniemi에 도착하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혹은 택시를 타고 산타마을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산타마을에서 산타에게 친구들 집 주소 좀 알려주고 선물도 좀 부탁한 뒤에 타운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산타 마을은 숙박비가 50만원 이거든요. 호호. 산타마을과 타운은 좀 멀어서 도보 이동을 하기엔 좀 힘들 것 같고 (약 7km) 택시를 타야할 것 같은데, 그건 가서 고민하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제 숙소는? 바로 Rovaniemi town이 되겠죠? 어차피 야간열차를 타고 헬싱키로 이동할 수 있는 기차역이 타운에 있기 때문에 저기에 숙소를 잡는 게 한결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이제 예약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여행은 늘 그렇듯 저에게 끝을 주지 않습니다. 나는 과거에 어떻게 여행을 다녔던 것인가? 문제는 1칸 짜리 방을 팔지 않는 다는 것^^ 혼자가는데 왜 싱글 침대 2개, 더블 침대 2개 이런 방만 있냐고요. 그래서 그냥 싱글 2개 있는 방을 예약하기로 했습니다.
숙소: Guesthouse Outa
https://goo.gl/maps/xrNHMVwFkqwuTBrHA
운 좋으면 방에서 오로라가 보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오늘 일기장에 기도 목록은
12월 13일에서 12월 14일로 넘어가는 밤에 꼭 내 숙소에서 오로라를 보게 해주세요
로 하겠습니다.
그럼 여행 준비 (1/3차) 끝.
다음은 숙소들 예약이 남았고 그 다음은 짐싸기가 남았겠네요.
귀찮지만 이렇게 다 쓰고나니 내가 어디에 다녀올 것인지 미리 상상하는 맛이 있네요. 여태까지 다녀왔던 여행들을 이렇게 정리해놓았다면 나는 책을 또 한 권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에 후회는 남기지 않는 법~! 오늘 노트북 앞에서 앉아있었던 두 시간이 내게 빛나는 볼거리로 돌아오길. 어차피 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부터 끊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
약 20일 뒤 출발하는 데 비행기도 제대로 발권해놓지 않았던 나에 대한 반성 일기 끝! (핀에어 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