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밥 냄새

음식은 때로 그리움이다.

by 선미


어린 시절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저마다의 집 냄새가 있었다.


그날 그 집 식구들이 먹은 집밥의 냄새와

화장실의 비누 냄새, 옷에서 나는 섬유 냄새,

이런저런 냄새들이 한데 모여 그 집의 분위기를 장악한다.

냄새가 가진 힘은 실로 대단하다.


세월이 흘러 내가 주부가 되니,그간 바뀌어온 입맛도 있고

내 나름의 취향이란 것도 생겨났지만


문득문득, 엄마가 어린 시절 해주셨던 요리가 그리운 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엄마가 어린 시절 해주던 요리 중에는

입에 아주 잘 맞고 맛이 좋았던 음식들이 대부분이지만

또 어떤 것들은, 그 맛이 잘 이해가지 않는, 아이의 입장에선 이해 불가한 어른의 음식들도 꽤나 있었다.

그중 생각 나는 메뉴들은, 꼬릿 한 냄새가 나는 젓갈이나 멸치 관련된 음식들이거나 된장을 넣어 무언갈 담백하게 지져내는 음식 같은 것들이었는데-





희한하게도 그런 음식들이 종종 생각난다는 것이다.

"엄마 그 된장 지짐 말이야, 그거 어찌 만들어?"

하고 물으면, 엄마의 대답은 늘 '적당히' '낙낙히' '한소끔' 등 애매한 표현이 첨가되어 내게 물음표의 레시피로 돌아온다.

그래서 종종 그 시절 먹던 음식들을 재현해 보려면, 오로지 나의 감에 의존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보는 엄마의 음식들 중 하나,

멸치와 고추와 된장 그리고 액젓이 들어가는 음식

요새는 고추 다대기 라는 이름으로 구입도 할 수 있고, 또 집에서도 종종 해 먹는 음식이지만 이 맛은 흡사 꽈리고추 멸치볶음 하고도 비슷하고, 고기에 찍어먹는 제주의 '멜젓'과도 흡사하다.


"고추는 400그람쯤 다지고, 단맛을 위해 양파 다진 것도 한 줌 준비한다. 들기름 넉넉히 두른 팬에 마늘 한 스푼 푹 떠서 넣고 곧이어 고추와 양파를 넣어 찬찬히 볶는다.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멸치를 칼로 듬성듬성 다져 살짝 볶아 준비했다가 물 반 컵쯤 함께 넣는다. 여기에 된장, 국간장 한 스푼씩 사이좋게 넣고 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멸치액젓으로 맞춘다."



본래는 매콤한 청양고추를 넣지만, 나는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맵지 않은 오이 고추를 다져 넣었다. 맵지 않게 만들면 아이들과 먹기에도 좋다.

고추 맛이 나지만, 맵지 않은 그런 맛.


밥에 비벼 먹어도 좋고,

쌈과 함께 먹기에도 좋고,

고기와 함께 곁들여도 좋다.

약간 심심하게 만들면, 그냥 반찬처럼 퍼먹어도 맛있다.



온 집안에 맛있는 냄새 가득-


온 집안에 고소함과 비릿함의 경계에서 남실거리는 맛있는 음식 냄새. 매큼하면서도 고추 마늘 냄새 가득한, 그때는 좋은지 몰랐던 그런 냄새들.


음식은 때로 그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