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레퍼런스를 어디에서 어떻게 쌓을 것인가
김콜베 작가의 <브랜드, 결국 이야기다>는 트레바리를 통해 만나게 된 두번째 책이다.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게 쓰였다. 브랜딩을 제대로 공부해보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브랜딩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책을 읽으며 다각도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뽑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번째로 흥미로웠던 점은 다양하고 신선한 레퍼런스를 끌어올 수 있는 저자의 능력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했던가. 새로운 것이 없다면, 사람들에게 지나간 것도 새롭게 느껴지게 하면 되지 않는가. 저자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디저트 카페의 예를 든다. 그는 ‘18세기 마리 앙투아네트가 즐겼던 디저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이라는 컨셉으로 세부적인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녀가 특히 페이스트리와 크루아상, 초콜릿을 좋아했고 즐겼다는 것에 관심을 둔 사람은 아마 극히 드물 것이다. 어린 모차르트가 소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반했다는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이 가상의 카페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그녀가 먹었던 아침 식사를 판매한다면, 나는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경험해 볼 의사가 있다. 이것은 저자의 말대로 브랜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료된 까닭이다. 특히 그 이야기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매력적인 레퍼런스에서 출발한다면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4번 챕터에서 저자가 만들어낸 가상의 브랜드 예시들을 보다보면, 뛰어난 레퍼런스를 찾아내고 그것에 착안하는 그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두번째 역시 일견 연결되는 부분일 수 있겠으나,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인문학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명을 지으려면 단어 사전에서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고, 세종대왕이 고기를 즐겨드셨다는 점에서 착안한 ’이도맨숀‘은 사학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헨리 필립스의 <꽃의 언어에 대한 안내서>를 읽어야 빅토리아 시대의 꽃이 가지는 의미를 알게 될 것이며, 중세시대 길드의 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성수연방에 접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저자가 ‘집무실’을 만들며 영감을 얻었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르 코르뷔지에의 이미지, 프루스트의 소설은 또 어떤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었던 요소들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충분히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의 모든 학문이 중요하나, 브랜딩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단연코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문화에 관심을 갖거나 인간의 가치와 인간만이 지닌 자기표현 능력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종합적인 연구 방법에 관심을 갖는 학문’이며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브랜딩의 출발은 인간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또 매료되는지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하며, 종국에는 그들의 사유에 영향을 미쳐 행동으로 발현되게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을 읽고 느낀 개인적인 경험들이다. 그래서 나에게 와닿았던 브랜드는 무엇인가. 요즈음의 나는 요가에 빠져 있기 때문에 ‘부디무드라’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요가복계의 에르메스’라는-지금 찾아보니 알로요가와 룰루레몬이라고도 하는데-후배의 입소문으로 시작해 부디무드라 인스타 팔로우, 서촌 매장 방문, 29cm와 공홈에서 온라인 구매, 당근 알림 설정 후 사재기까지. 일상적으로 입는 옷에는 브랜드 충성도가 크게 없는데 왜 유독 요가복에만 이런 걸까. 아니 더 정확히 묻자면 왜 나는 이렇게 부디에 빠진 걸까. 첫번째는 인스타와 공홈에서 알록달록한 화보컷을 보고 디자인에 반했기 때문에, 두번째는 서촌 매장-그땐 성수 매장 오픈 전이라 매장이 서촌 한 곳밖에 없었다-에 방문해서 고급스러우면서도 힙한 분위기에 빠졌기 때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착용감이 정말 좋기 때문이다. 입고 요가를 하다보면 알게 되는데, 소재가 정말 부드럽고 조이지 않아 움직임이 편안하다.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처럼 브랜드의 이야기 역시 이처럼 제품력이 받쳐줘야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요가원 선생님은 물론, 옆 매트에서 요가하는 어린 친구도 부디의 로고가 작게 박힌 요가복을 입고 있다. 부디무드라의 메시지는 ‘요가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되게 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큰 엣지는 없어보이지만 부디를 입으면 뭔가 힙하고 감성적인 요기니가 되는 것 같은 기분, 아무래도 그게 큰 것 같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개인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도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지점에서 또 내가 사랑하는 브랜드들을 떠올려보면 서순라길의 ’파이키’, 경주 황리단길의 ‘어서어서‘, 제주 표선의 ‘책계일주‘ 등 각자의 색깔을 품고 있는 책방들이다. 강화의 ‘책방시점’, 영월의 ‘이후북스테이’, 원주의 ‘터득골북샵’과 같은 북스테이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언젠가 나의 취향-책과 요가-을 가득 담은 브랜드 혹은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이 역시 사람에게서 출발해 사람에게 가닿는 한 편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아야겠다. 그 때까지 열심히 인문학을 공부하며 사람들을 매료시킬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아야겠다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