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슬픔에 잠겨 쓰고 있다. 밥을 먹다가도 뚝뚝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차창에 기대어서도 훌쩍이고, 자기 전에도 베개를 끌어안고 찔끔거린다. 이토록 감정의 늪에 빠져 허덕이는 이유는 실패의 쓴맛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비통함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을 겪고 눈물짓던 경험을 나누어 주었고 나의 어려움에 공감해 주었다. 어디 가서 말도 못 하는 창피함과 이유 없이 차오르는 분노 그리고 수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뼈아픔. 그렇다. 나는 운전면허 기능 시험에서 떨어졌다.
나는 어리바리하게 운전석에 앉아있었다. 강사가 간단한 기능 몇 가지를 알려주고 다짜고짜 운전석에 앉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운전석을 본인의 몸에 맞게 맞추는 일이다. 운전석을 맞추려 덜컹거리며 앞뒤로 몸을 주체 못 하자 뭐 하는 거냐며 강사에게 혼이 났다. 겨우 운전석을 맞추고 출발하라는 강사의 말에 떨리는 마음으로 액셀을 밟았다가 액셀은 왜 밟냐며 강사에게 또 혼이 났다. 방향지시등을 빨리 꺼서 혼나고, 갑자기 와이퍼를 켜서 혼나고,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혼나고, 시동을 빨리 꺼서 혼났다. 운전을 공부하기 전에 나는 몰랐다. 액셀을 밟지 않아도 차는 앞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시속 20킬로는 꽤 빠르다는 사실도. 초보자에게 목숨을 맡긴 운전면허 강사들은 날카롭다는 사실까지.
이틀 뒤,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시험장의 분위기는 긴장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눈을 감고 기도하기도 하고, 허공에 손을 휘둘러 직각 주차를 연습하기도 하고, 서로 잘하라며 응원해 주기도 했다. 나는 수능 시험을 보는 고등학생처럼 비장하게 운전대 앞에 앉았다. 간단한 기기 조작이 끝나고 난코스인 직각 주차까지 완벽하게 해내자 ‘이대로 백 점인 건가? 나는 운전 천재인 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의 멋진 모습에 한껏 취했다. 주차를 끝내고 빠져나오기 위해, 커브 길에서 익숙하다는 듯이 핸들을 오른쪽으로 최대한 꺾었다. 내가 봐도 내 모습은 운전에 능숙해 보였다. 자아가 부풀어 풍선처럼 비대해지던 순간, ‘덜컹!’ 차가 화단 위로 올라갔다. 장내 방송에서는 나의 실격 사실이 널리 울려 퍼졌다. 경찰들처럼 여러 명의 안전요원들이 뛰어와 차를 둘러쌌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갑작스레 쪼그라든 자만심을 주워 담으며, 연행되는 범죄자처럼 고개를 숙이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운전면허 학원은 고등학교와 비슷했다. 강사는 “연석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어딨어요!” 하며 고함을 질렀다. 보충 수업을 땡땡이치고 혼나는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재시험을 위한 비용으로 11만 원을 결제한 것도 마음이 쓰렸는데, 위로는 못 들을망정 구박을 받자 서러워졌다. 내가 강사에게 혼나고 있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기능 시험을 붙은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도로 주행 선생님 명단을 확인하며 기뻐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붙은 친구들끼리 까르르 웃으며 만드는 화기애애함이 연상됐다. 이토록 냉정한 합격과 탈락의 세계라니. 실격자는 그들을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새삼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겸손한지 알게 되었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팽팽한 긴장감을 이겨내고 집중력을 발휘해 이루어낸 성취임에도 말이다. 나라면 남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왜요? 제가 운전면허 있는 사람 같아 보이나요?” 하고 잘난 척도 하고, 운전면허 시험 합격을 알리는 현수막도 집 앞에 내걸었을 텐데 모두가 그 충동을 참아낸 것이다. 나는 다짐했다. 이제부터 조수석에 앉을 때마다, 위대하시며 겸손하시기까지 한 운전자를 위하여 노래도 불러 드리고, 그분이 운전석에서 내리실 때는 빨리 뛰어가 목마도 태워 드려야겠다고. 재시험 비용 11만 원으로 운전면허 뒤에 숨겨진 눈물과 땀방울을 알게 된다니 정말 값지다. (하지만 더 이상의 값진 깨달음은 곤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