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shaming
망고스틴을 사고 지나다가 2년 전에 만난 태국인 친구의 일터를 지날 때였다. 그때 내게 꽤나 잘해줬는데, 혹시 오늘도 출근했으려나 싶어 가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나를 알아보는 건가 싶어서 손을 마구 흔들었다. 그녀도 질세라 나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2년 만이지만 서로 알아본 게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너 예전에 엄청 몸이 컸었는데 작아진 것 같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양팔을 한 껏 벌려 내가 이전에 얼마나 뚱뚱했는지를 알려주었다. 그 천진난만한 표정에서는 어떤 악의도 없어 보여서, 그냥 웃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언제 또 그렇게 컸어!
나는 항변했다. 태국 사람들이 악의 없이 외모에 대한 평가를 잘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그리고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말자체에 나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크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버렸다.
예전에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과 대화를 하는 와중에 태국인들이 외형 묘사를 거침없이 한다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 그 그룹에는 미국 여자애가 있었는데 태국인이 그 친구에게 헤이, 뚱뚱한 여자!라고 불렀다고 했다. 미국 여자는 당황하여 눈물을 흘렸다고. 외형에 대해 평가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 왔으니 얼마나 놀랐을지. 이것이 아시아 외모평가의 매운맛이다, 소녀여.
솔직히 한국도 외형 평가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깡마른 여자 연예인의 기사에 후덕해진 모습이라고 기사 제목을 단다든지. 친구의 피부가 나빠졌을 때 얼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든지. 오랜만에 만나면 살 빠졌다, 예뻐졌다 한 마디씩은 꼭 해야 한다든지. 자아가 확립되기 이전엔 살이 찌면 사람들을 만나기가 버거워서 모든 만남을 거부하기도 했었다.
최근에 놀랐었던 것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인사치레로 “왜 이렇게 살쪘어?”라고 물으며 깔깔 웃은 것이다. 물론 그 말을 한 이도 딱히 못 돼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친구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스러움과 수치심이 잊히지 않는다. 바디 셰이밍(Body Shaming)과 관련한 나의 경험 역시 지나칠 정도로 차고 넘쳐서, 이는 후에 비만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다시 적어야 할 정도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은 반가웠지만, 그간 나를 뚱뚱하다고 생각했었구나 생각이 드니 조금 슬프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