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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식 수익률이 20%가 넘었어.
진짜? 오~~
역시 존버가 승리하는 건가?
그러취
남편과 다정한 톡을 주고받았다.
무미건조한 평소의 대화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역시 마이너스보단 플러스다.
생각지 못했던 목돈이 생겼을 때 나름 우량주라 생각되는 주식들을 사서 묻어두었다.
주식장이 침체기였을 때 파란 화살표를 수없이 맞이하면서도 버텼다.
그 상황에서 파는 건 더 손해가 막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다시 빨간 화살표를 보여주는 날이 오리라 믿었다.
얄팍한 지식에 비춰봤을 때,
내려갈 때가 있으면 올라갈 때가 있고, 고점을 찍으면 다시 내려가는 것이 주식의 흐름이었으니까.
장이 안 좋을 때는 아예 주식 어플은 터치도 하지 않았다.
그냥 마이너스를 향해 내달리는 그 세계를 어딘가에 존재는 하지만 내가 갈 일은 없는 네버랜드라 여기며 지냈다.
그리고 다시 장이 회복되다 못해 챗GPT에 대한 이슈로 반도체 업계에 대한 기대도 치솟아 올랐다.
덩달아 파랗던 내 주식창도 빨갛게 익은 과일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인생이 하향곡선을 그리다 못해 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것만 같은 시간이 있었다.
마치 주식 그래프처럼 오르내리는 인생의 곡선 위에서 그 흐름을 능수능란하게 타며 춤까지 추는 건 고수.
나는 중수도 아닌 그저 하수였으므로 실선 같은 그 줄에 간신히 매달려 버틸 뿐이었다.
다행히도 근근이 매달려만 있어도, 버티기만 해도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시간이 오고야 만다.
통과하는 동안에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고,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빨간 화살표의 달콤함은,
버티는 자에게 한 번쯤은 찾아온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내 등을 토닥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