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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세 번째 생일의 의미를 새기며

월간 옥이네 2020년 7월호(VOL.37) 여는 글

생일이란 게 무어 그리 큰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야 친구들을 잔뜩 모아놓고 동네가 떠나가도록 생일상을 벌이곤 했지만, 이것도 시간이 갈수록 시들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참 오랜만에 생일의 설렘을 느꼈습니다. 창간 3주년 맞아 독자 설문조사 답변을 보는 동안 말입니다.     


월간 옥이네는 조금 특이한 잡지입니다. 충북 옥천이라는 작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매월 발행한다는 점 등. 월간보다는 격월간이나 계간 혹은 무크지로, 지역이 아닌 조금 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주제를 다루는 게 요즘 잡지 추세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살짝 비껴있는 옥이네는, 어쩌면 대중이 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잡지라는 말인 듯도 합니다.     


‘창간호가 폐간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 잡지 발행이 녹록치 않습니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매호 부족함을 느끼는데 받아보는 독자들은 어떠실까요. 그럼에도 지난 시간동안, 잡지계의 주요 흐름과는 다른 내용을 다룰 수 있던 것은 독자 여러분의 응원 덕이었습니다. 7월호를 만들며 새삼 깨닫습니다.     


3년간의 응원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고민도 커집니다. 대부분의 독자께서 ‘월간 옥이네가 지향하는 가치를 응원하기 위해’ 구독한다고 답하셨는데요. 월간 옥이네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동안 그 가치를 제대로 담아왔을까, 앞으로 어떻게 더 잘 담아갈 수 있을까-를 다시 질문하고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무척, 고무적이고 설레면서도 또한 마음이 무거워지는 7월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다소 우울한 이야기였나요. 저희끼리 해야 할 고민을 굳이 나열하는 이유는, 독자 여러분의 더 많은 의견과 충고와 질책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어주십시오. 언제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창간 3주년을 맞는 ‘여는 글’이 다소 우왕좌왕, 구구절절했습니다. 이 한 마디면 충분했을 텐데요.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어린이 놀 권리를 생각하며 지역에 제대로 된 놀이터가 없다는 특집 기사를 담았는데요. 최종 인쇄를 넘기기 직전,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그중에는 생후 6개월 영아도 있습니다) 22만 건을 유포한 성범죄자의 석방을 지켜보며 암담함과 회의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어린이 놀 권리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 싶은 생각에 모든 의지가 꺾이는 기분이지만, 그게 바로 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겠죠. 힘을 내서, 함께 분노해주십시오.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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