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1년 2월호(VOL.44) 여는 글
늘 함께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맑은 공기나 물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있을 땐 잘 모르지만, 사라지면 당장 생존에 위협이 될 것들 말입니다.
2020년은 이 ‘소중하지만 소중함을 모르는 것’의 목록이 갱신되는 해였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코로나 이전의 삶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사람을 만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건, 어찌 보면 참 피곤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와 다른 이를 만나고, 소통하고, 이해하고, 협업하는 과정은 그만큼 쌍방의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기도 하죠. 하지만 일상적 대면이 불가능해진 코로나19 상황은 우리에게 이런 활동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일깨워줬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몰랐던, 우리는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코로나19로 학교, 도서관, 체육시설, 복지관 등 공공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 사이 소득에 따른 학력 격차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고 우울증과 불안감, 건강 악화를 호소하는 이도 많아졌습니다. 기후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재난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교육·문화·복지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은 연령·장애 유무·소득이나 직업 등에 따른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겪습니다. 어찌 보면, 농촌에서의 고립된 삶은 하루하루 조용한 전쟁을 치르는 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연결돼야 함을 이 사태를 통해 배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호 월간 옥이네에서는 ‘일시 정지’가 영원한 고립이 되지 않기 위해 지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자생적인 지역 문화 발굴과 육성 활동을 꾸준히 진행한 시흥시 이야기를 담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단체의 활동이 우리가 따라야 할 무조건적인 답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 동네가 그려갈 이후의 그림을 함께 상상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밖에 혼란 속에서도 나름의 방향을 갖고 활동해 온 지역 주민들과 도서관 등 공공기관 사례를 담았습니다.
더불어, 이번호는 152쪽 구성으로 평소보다 두꺼워진 옥이네가 여러분을 찾아뵙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농촌에 물밀 듯 들어오는 투기성 개발 사업(안남 태양광 사업 논란), 지역 입양 정책과 입양 가정 이야기, 겨울마다 대청호 얼음 위를 건너야 하는 수몰 마을 옥천읍 오대리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물자 수송의 통로였던 임암터널이 현재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 서당 건물 최초 보물로 지정된 이지당에 얽힌 이야기 등을 함께 담았습니다. 이밖에 옥천에서 떠나는 세계미식여행과 새로운 취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소개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갑갑함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설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설 연휴 보내시길 기원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