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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계속 나아갈 힘을 기록하며

월간 옥이네 2021년 3월호(VOL.45) 여는 글

눈이 짓무르도록 운다는 건 어떤 걸까요. 몇 년 전, 지금은 수몰된 마을을 회상하던 한 주민에게 들었던 ‘눈이 짓무르도록 울었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옥천은 대청댐 건설로 수많은 농토와 가옥이 물에 잠기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수몰의 아픔이 있는 지역입니다. 한때 10만이 넘던 옥천군 인구는 대청댐 건설 직후인 1981년 8만 9천 명 대로 줄어들었고, 현재는 5만 명 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시기 이촌향도는 전국적인 현상이었으나, 옥천의 경우 대청댐 수몰이 큰 영향을 주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는 현재까지도 긴 그림자를 남기고 있습니다. 지금도 면 지역 곳곳, 마을 어귀부터 마을 안 깊숙이까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빈집이 그 예 중 하나입니다. 개중엔 손을 보면 쓸 수 있는 집도 있지만, 심하게 낡아 철거만이 답인 집도 많습니다. 대청댐 수몰, 갈수록 심해지는 도시와 농촌 간 격차, 인구 고령화 등이 남긴 흔적입니다.


월간 옥이네 이번 호에서는 농촌 빈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여전히 흉물스럽게 남아있는 문제입니다. 여기엔 비단 ‘살 사람이 없다’는 이유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회·경제·교육·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농촌이 가진 여러 문제가 빈집에 얽혀있습니다. 농촌 빈집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려면, 오늘날 농촌이 처한 현실을 다각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죠. 이번 호에서는 옥천과 증평의 빈집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었습니다만, 앞으로도 계속 빈집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지면을 통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농촌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아가는 게 첫 걸음이겠지요.


지역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각종 혐오·위험 시설도 농촌 공동화 문제를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 호 안남 덕실마을 태양광 발전사업 논란과 비슷한 결에서 이해할 수 있는 청주시 북이면 소각장 문제는, 이것이 결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또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산업화·현대화·첨단화의 수혜를 받는 모든 이에게 책임이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지역에서 발붙이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더 좋은 터전을 일구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덕분이기도 하고요. 이어지는 지면에서는 그런 현장과 사람과 공동체를 담았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우리 땅을 건강하게 일구려는 농민들(농업인 애로사항 개선사업)과 고령화된 면 지역 어르신들의 심리상담 진행 현장(정신건강센터 마음품), ‘마을이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돌봄 공동체(옥천 다함께돌봄센터), 또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는 주민들까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지역을 이루고 또 월간 옥이네 이번 호를 완성시켰습니다. 저희 지면의 주인공으로, 또한 건강한 지역사회를 이끄는 주역으로 언제나 함께 해주시는 주민들께, 새삼스럽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어 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매일 되뇔 수 있는 것은,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현장이 우리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슬퍼도 계속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현장의 이야기, 다음 호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담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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