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1년 7월호(VOL.49) 여는 글
속이 답답해질 때 곧잘 찾던 장소가 있습니다. 안남면 연주리의 밀밭입니다. 이맘때는 이미 수확이 끝나 곤포 사일리지 ‘논밭의 마시멜로우’, 흰색 비닐로 목초·볏짚 등을 모아 발효 후 소의 먹이로 활용)만이 있거나, 이모작하는 다른 작물 식재가 마무리 됐을 시기이지만, 밀 씨앗 파종 후 겨울부터 수확 전 초여름까지는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파릇하게 올라온 밀 싹이 어느새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모습을 보며 잠깐이나마 근심걱정을 털어낼 수 있지요.
월간 옥이네 7월호에서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키는 우리 농민을 만났습니다. 옥천에서 우리밀을 농사짓는 열여섯 명의 농민입니다. 지면의 한계로 더 많이 담지 못했지만, 우리밀을 지키는 이들의 얼굴을 보고 조금이나마 그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에 의미를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지면에는 옥천푸드 인증 혹은 친환경 인증 농가를 중심으로 담았습니다. 혹 저희의 무지나 불성실함으로 채 담지 못한 농가가 계시다면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허겁지겁, 우리밀을 따라가며 무척이나 풍부하고 깊은 밀의 세계를 만났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농업농촌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밀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현재 밀이 처한 어려움은 결코 밀만의 문제가 아님을 되새깁니다. 우리밀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 농업의 현실이며, 그래서 농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밀밭에 서서 바라보는 풍경에 대한 소회가 그저 ‘아름답다’에 그쳐서는 안 됨을 새겨보는 7월호입니다. 더불어 채 다 씹고 소화하지 못해 지면에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것에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함을 절감하며, 늦지 않은 시기에 다시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밀밭의 풍경이 바뀐 것처럼, 시간은 이토록 빨리 흘러 어느새 월간 옥이네도 창간 4주년을 맞았습니다. 지난해부터 ‘독자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정기적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길 고대해왔는데 코로나19로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창간 4주년 맞이 독자 인터뷰를 통해 조금 달래봅니다. 매호 마음에 꼭 맞는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고 있음에도, 언제나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것에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 와중에도 월간 옥이네가 만들어가는 지면과, 이 지면을 넘어선 활동을 눈여겨 봐주시는 것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월간 옥이네의 여정이 조금은 더 완전해질 수 있도록 탐구하고 공부하고 더 많이 만나며 지역에 스미고 나아가겠습니다.
7월호는 종이 부채와 함께 발송됩니다.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플라스틱은 가능한 쓰고 싶지 않아 얇은 종이로 제작했는데, 실사용이 가능하려면 필름코팅이 필요하다네요. 만들고 보니 조삼모사가 된 듯합니다. 이 역시 월간 옥이네가 좌충우돌 나아가는 성장의 과정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려운 길을 함께 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진심을 다해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