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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막 거른 투박함’의 가치를 찾아

월간 옥이네 2021년 6월호(VOL.48) 여는 글

꽤 오래 봄추위가 이어지는 것 같더니 눈 깜짝할 새 더위가 성큼 다가왔습니다. 장마처럼 잦은 비와 바람도,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기 때문인지 마냥 차갑지 만은 않네요.


농촌에 살다 보니 이렇게 자주 내리는 비를 그저 감상만 하고 있기는 어렵습니다. 봄 농사는 어떻게 되려나, 지난해 여름 장마로 하지 감자 농사가 어려웠다는데 올해도 그렇진 않을까, 그래도 모내기를 준비하는 논엔 비 소식이 반가우려나. 농사를 잘 모르지만 걱정만 한가득인 봄과 여름 사이의 나날이 흘러갑니다.


이 시기 들녘 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한창 밭일을 하는 바쁜 일손에 기운을 불어넣는 새참, 그리고 막걸리입니다. 한 해 중 양조장이 가장 바쁠 때이기도 하고요.


사실 옥천에 오기 전엔 ‘지역 막걸리’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 반짝, 현재는 MZ세대에게서 막걸리 열풍이 불고 있다지만 대부분 큰 양조기업 막걸리 중심이니까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쌀을 농사짓는 곳 주변에, 쌀로 만든 술이 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 이를 몰랐던 것도 어쩌면 우리가 먹고 즐기는 것과 들녘의 연결 고리가 끊어졌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때에 월간 옥이네가 양조장과 막걸리를 취재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장황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를 성실히 지켜온 양조장들입니다. 옥천에 남아있는 네 곳의 양조장을 모두 소개하고 싶었지만, 두 곳은 인터뷰를 고사해 이곳의 막걸리를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더불어 나름의 방식으로 막걸리와 지역, 문화를 이어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습니다. ‘막 걸렀다’고 해서 막걸리라지만, 이 안에 숨어있는 의미와 가치가 현재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떠올려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한산 소곡주나 안동 소주처럼 전국에 이름난 술은 아닐지라도 들판에서, 둥구나무 아래서, 마을 잔치에서 어울리고 섞이게 하며 공동체를 유지했던 중요한 도구였다는 것도요. 그래서 지역의 양조장과 막걸리 문화가 사라지는 것에 함께 아쉬워하고, 이를 건강하게 이어갈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농촌 일손 돕기 현장부터 할머니와 청년 이야기, 마을의 오래된 나무, 통일 운동 등 각계각층,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의 6월을 조금이나마 풍성하게 만들 수 있길 기원해봅니다. 다소 투박하고 막 거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곳에 모인 이야기가 어제보다는 조금 더 좋은 삶으로 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월간 옥이네가 그 길목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더 나은 7월호로 찾아뵙겠습니다. 곧 시작될 더위 조심하십시오.


#월간옥이네 #지역잡지 #로컬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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