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2년 8월호(VOL.62) 여는 글
언젠가 한 독자님께서 전해주신 말이 떠오릅니다. “옥이네를 본 이후 시장에서 만나는 상인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고요. 그냥 지나쳤던 상인들의 모습과 표정, 그들이 있는 풍경을 이제는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고요.
여기서 솔직히 고백할 게 하나 있습니다. 원래 저는 시장에 자주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거의 가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네요. 집에서 밥을 먹는 날이 손에 꼽히는 정도라 애초에 ‘장을 보러 갈’ 일이 없기도 하지만, 웬만한 것은 가까운 편의점이나 동네 마트에서 구할 수 있으니 굳이 먼 길을 돌아갈 필요가 없던 겁니다. 그런 제가 시장에 자주 드나들었던 건 역시 취재 때문이겠죠. 혹은 시장에 있는 취재원을 뵙기 위해 종종 과일이나 채소를 사러 들르는 정도였고요. 그러고 보면 제 일상에서 시장은 ‘필수재’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다들 어떠신가요? 전통시장에 자주 가시나요? ‘요즘’ 사람들은 아마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트와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이 있으니, 전통시장이 지척에 있어도 마음의 거리는 더없이 멀어졌지요. 시설 현대화니 대형마트 영업일 제한이니, 이런저런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시장 활성화’를 고민하는 상황임을 보면 이 역시 무용지물에 가깝지 않았나 싶고요. 그렇다고 전통시장을 계속 ‘대형마트화’하는 것이 이 문제의 해결책일까요?
옥이네 이번 호에는 옥천의 시장, 그중에서도 공설시장 이야기를 담습니다. 공설시장의 탄생은 원래 도로변에 있던 노점 좌판을 별도 건물로 이전한, 일종의 ‘시장 현대화 사업’ 일환이었는데요. 공설시장이 문을 연 2010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바로 ‘시장 활성화’입니다. 그나마도 근 몇 년 사이엔 지역 주요 의제에서 밀려난 형국이고요. 이런 때에 저희가 공설시장을 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 역시 독자님들의 평가가 필요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시장 그 안의 사람을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 같은 편리함과 세련됨은 없어도 분명 이곳만의 특장점이 있거든요. 저희는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시장 활성화 역시 바로 여기서 시작될 수 있다고 봤고요. 그간 시장을 활성화한다며 외부 용역업체 컨설팅이 진행되고, 몇 차례 그럴듯한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지금 어떤가요? 그런 활동이 정말 시장 활성화의 기반이 되었나요? 이 질문은 옥천뿐 아니라 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한 모든 시장에 유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그 공간, 장소를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시장 번영의 핵심 주체는 상인이고, 이들의 이야기에서 활성화의 실마리를 찾는 게 정답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었을까요? ‘시장 활성화’를 해낸 거창한 사례나 대안 제시보다 당장 현재 이곳의 상인들을 담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옥이네가 가진 자원으로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비록 지면의 한계로 상인 한 사람, 점포 하나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담지는 못했습니다만 이 역시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두겠습니다. 우선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 그 목소리를 찬찬히 보고 들으며 ‘우리 이웃’이라는 자각을 먼저 회복했으면 합니다. 사실 이들의 존재야말로 내 삶의 필수재였음을 다시 기억하면서요.
이어 시장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귀농·귀촌인, 이주여성, 발달장애인, 여성 생활체육인 등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아름답게 지켜가는 이들입니다. 무덥고 습한 여름의 하루에,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길 바라며 8월의 옥이네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