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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Mar 11. 2023

밥을 먹는 것, 함께 먹는 것

월간 옥이네 2023년 2월호(VOL.68) 여는 글

‘내가 먹는 것이 나를 이룬다’는 말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웰빙 열풍과 함께 자주 언급됐는데, 이후 자연식이나 채식 등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익숙해진 문장이기도 합니다. 시대에 따라 그 형태와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은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 말이 ‘입을 통해 어떤 음식을 뱃속으로 들여보내는지’를 뜻하는 것만은 아님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뙤약볕과 비바람을 뚫고 자라난 작물, 그를 길러낸 수고, 산지를 거쳐 일상에서 편히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드는 품, 보기 좋고 먹기 좋게 다듬어 요리하는 손길까지 무수히 많은 이의 시간과 노력을 포함하고 있으니까요.


여기에 ‘먹는다’는 행위까지 더하면 그 의미는 더욱 확장되지요.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거나 ‘농부는 콩을 심을 때 (하늘의 새, 땅속 벌레, 내가 먹을 것까지) 세 알을 심는다’는 말은, 먹는 것이 나누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은 선조들의 실천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환경을 생각한 채식이나 친환경 로컬푸드를 애용하는 눈 밝은 이들 역시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겠고요. 그러고 보면 ‘더불어’ 잘 먹고 잘 사는 일이야말로 우리 유전자 깊숙이 박혀 오래도록 이어져 온 가치였나 봅니다.


새해 두 번째 월간 옥이네는 바로 이런 일의 의미를 일부나마 짚어봅니다. 식당, 편의점, 배달 서비스, 각종 간편 조리식 등 직접 요리를 하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 ‘밥’은 중요한 화두입니다. 신체는 물론 정신의 건강을, 나 혼자만이 아닌 이웃과 자연과 지구 위 모든 생명을 돌보는 일의 시작이기 때문이겠지요. 또한 그래서 밥은 함께 먹고 나눌 때 더 큰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옥이네는 ‘함께 먹는’ 의미를 농촌의 1인 노인 가구 모습을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평생을 (자식이든 도시에 사는 이름 모를 이든) 누군가를 위한 먹거리 생산에 써왔지만 정작 그 말년엔 자신을 위한 밥상 하나도 차리기 버거운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그들의 건강한 한 끼를 고민해온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농촌의 여러 상황으로 고립되기 쉬운 노년의 시간을 최소한의 밥 한 끼로 따뜻하게 덥히고 싶다는 마음, 그런 의지가 모여 옥이네 68호를 완성했습니다.


공동체라는 것이 때로는 무척 모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요. 그러나 이렇게 밥을 함께 먹으며 나누는 것이 바로 공동체의 시작임을 떠올려본다면 그리 막연할 것도 없습니다. 대가 없이 누군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모이고 퍼져가다 보면 갈수록 낯설어만 가는 공동체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옥이네가 전할 수 있어 감사한 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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