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옥이네 2023년 1월호(VOL.67) 여는 글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달력의 숫자가 바뀌는 것뿐일지라도 ‘새’해가 주는 이유 모를 설렘이 함께하는 요즘입니다. 부디 모든 분께 평온한 새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새해 첫 월간 옥이네는 ‘평범한 이웃의 골 깊은 삶을 다루겠다’는 창간 취지처럼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일상은 아니어도, 어제와 같이 성실히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꾸려갈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평생 묵묵히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건사한 여성 농민 박연범 씨, 결혼으로 타국에 와 자신의 재능으로 삶의 재미를 발견해가는 이주여성 김수정 씨와 안유빈 씨, 여든의 나이에 인생 첫 책을 낸 오희숙 씨 등 소박한 삶 속에 깊고 진한 향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일찍 고향을 떠났지만 한평생 고향 땅 한편에 울창한 숲을 조성한 정홍용 씨와 한국모델협회 최고령 시니어모델 박효근 씨 이야기는 왠지 모를 겸손과 힘을 얻게 하고요.
‘이동권’으로 대표되는 장애인 권리 운동을 교육권까지 확장하고 있는 해뜨는 학교 교장 최명호 씨 역시 새해 여러분께 남다른 세상을 선물할 수 있겠지요? 생활 정주 여건이 도시의 그것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낙후한 농촌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돌봄 공동체 활동가 김복순 씨, 열악한 농촌 교통 환경 개선을 이야기하는 버스 운송 노동자 박진경 씨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이미 익숙한 동네 풍경 속에서도 눈에 들어오지 않아 배제돼온 이들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시 끄집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청산면 문화공간 청산별곡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김승아 씨와 곧 옥천군청에서 만나게 될 전수미 씨 두 옥천 청년의 이야기도 이어집니다. 사회적 농업을 매개로 ‘치유의 삶’을 살아가는 윤성모 씨와 다양한 나눔 활동으로 귀감이 되는 홍경옥 씨 이야기도 빠질 수 없지요. 면 지역 작은 학교인 동이초등학교 오민성 어린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를 돌아보게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는다니, 이 얼마나 위대하고 뭉클한 이야기인지요.
그러고 보면 ‘철학’이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두꺼운 책이나 저명한 학자의 입이 아니라 이토록 가까운 곳에 삶의 의미를 깨우치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오늘도 이야기를 기록하고 또 함께 나누는 이유겠지요.
묵은해를 보내며 언제나 ‘다사다난’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죠. 올해 역시 녹록치 않은 한 해가 예상되니, 연말이면 또 ‘다사다난했다’는 회고가 떠돌 겁니다. 하지만 이 다사다난함이 우리 삶의 기반이 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해가 바뀐다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니, 그간 살아온 현실 위에 또 미래가 그려지는 것이니 말입니다.
월간 옥이네 새해 첫 호가 우리 살아온 현실 위에 의미 있는 그림을 그려가는 시작이 되면 좋겠습니다. 크고 화려한 것은 아니더라도 지금 이곳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그림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만드는 바탕에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있음을 봅니다. 이들에게서, 또 그런 이야기를 귀히 여기는 여러분에게서 세상 빛이 시작됨을 말입니다.
건강하고 평안한 새해 되시길, 세상과 어우러지는 복을 함께 지어가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