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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누리 Jul 06. 2022

지난한 수험생 생활을 거쳐 합격으로 가는 길

편입 합격수기


방청소를 하다 우연히 한 공책을 펼쳐봤다.

"나는 경희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해서 사회학 공부를 하고 있다."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2년 전, 사회학과에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쓴 문장이었다.



당시 나는 확실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회복지 영역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 영역에 더 다가가지 못했던 까닭은 직접 실습을 하면서 경험한 사회복지현장에서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주어진 복지정책이 있으면 그것을 클라이언트에게 옮기는 역할을 하는 것. 여기서만 그치는 현장의 모습으로는 내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 답답함을 풀기 위해 사회복지현장 너머의 세상에 대해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사회학과에 가기로 했다.






편입에 대해 알아봤다. 나이를 조금 먹은 내게 편입이 가장 현실적인 제도였기 때문이다. 대학 간판 순위를 떠나 사회학과로만 유명한 대학교 또한 알아봤다. 서울대학교와 경희대학교였다. 서울대는 학사편입만 뽑을뿐더러 편입 문턱이 매우 높다고 하여 경희대학교 사회학과를 첫 번째 목표로 정했다.



경희대 사회학과는 편입영어뿐만 아니라 공인 영어도 보기 때문에 최소한 토익 900점은 받아놓아야 했다.

(당시 공인 영어로 1차 10 배수를 선발하고, 편입영어로 최종 1명을 선발했다)

이미 경제적 독립을 한 상태에서 편입 학원비와 생활비, 원서비까지 스스로 벌며 그 어렵다는 편입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낮에는 공부를, 밤에는 새벽 알바를 하면서 편입에 성공한 사람의 후기를 발견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누군가도 해냈으니 나도 혼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앞 정문
구 한의대 건물 앞 사자상


일단 1월부터 7월까지 알바를 통해 돈을 벌기로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토익 900점 이상을 만들고 편입 공부를 위한 단어를 추가로 외우기로 했다. 8월부터는 알바를 그만두고 온전히 편입학원만 다닐 계획이었으므로 꽤 긴 시간 동안 알바에 집중했다. 알바를 끝나고 집에 도착하고 씻으면 밤 12시였다. 그때부터 토익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친언니가 잠들 때도 공부했고, 출근할 때도 공부했으니 언니는 7개월 동안 내가 침대에 누워 자는 것을 보지 못했다. 커피 두병과 새벽 1~2시 사이의 졸음을 견디는 습관이면 충분했다.



7월까지 알바를 통해 돈을 모으고 토익 900점 이상을 만들었다. 8월부터는 일을 그만두고 편입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토익은 편입에 비하면 껌이다. 단어가 일단 너무나 어려웠고 한글로 번역한 뜻도 생소한 게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늦게 시작한 케이스라 얼른 따라잡기 위해 매일 단어 400개를 외웠다. 독해 수업에서 선생님만의 접근법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풀었던 문제를 지우고 또 풀고 지우고 또 풀었다. 



누군가는 이 시간 동안 힘들었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행복했다. 주어진 하루를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내일에 대한 불안감을 오늘로 땡겨와 걱정하는 버릇을 끊었기 때문이다. 특히 8월부터는 알바를 다니지 않고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에 더 좋았다. (물론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한다)






다음 해 1월 여러 학교에 시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경희대는 1월 마지막 주에 시험이 있었는데 다른 학교와 일주일이나 동떨어진 채로 늦게 봤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력을 잘 유지해야 했다.

사실 그때의 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1차 합격, 불합격의 결과가 이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끝까지 단어를 보고 또 봤고, 틀린 문제를 풀고 또 풀었다. 그전에 공부했던 뮤지컬, 사회복지는 결실을 얻기 전에 돌아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상태였다. 또한 인생에서 '나 정말 최선을 다했어'라고 한 점 부끄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이 몇 번 없다는 것에도 스스로 창피한 상태였다. 이 창피함과 욕망 덕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 완주해보자'라는 마음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



등록금을 내고 그간의 수험생 생활을 돌아봤다. 정말 이상한 것은 합격 순간의 기쁨보다,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발견해냈던 기쁨이 더 컸다는 사실이다. 합격하면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내게 진정한 행복이란, 어떠한 결과를 성취해내서 얻는 것보다 하루를 충만히 살아내는 것에 있나 보다.


도서관
도서관 내부


2022년 7월 6일 현재, 경희대학교에서의 세 학기를 끝낸 방학에 다다랐으나 그때의 경험은 여전히 생생하다. 최선을 다해준 과거의 나 덕분에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 누군가 대학을 꼭 가야 하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는 많기 때문에. 하지만 내게 대학 가는 게 좋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라고 말하겠다. 자신의 전공에 애착을 갖고 성실히 공부하고, 이것저것 많은 활동에 도전해보는 20대 또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가르침을 전하는 교수 또한 만날 수 있다. (물론 이상한 교수도 있다)



합격 후 합격 수기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치열함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과거의 나처럼 간절함을 갖고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뒤늦은 후기를 쓰고 있다.



하루에 단어를 몇 개 외우고, 몇 시간을 공부했는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공부했는지에 관한 합격 후기는 '독편사'라는 카페에 널려있다. 어려운 건 그 후기대로 꾸준히 실천하는 일이다. 그 어려운 '꾸준함'을 편입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삶의 자양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한 수험생 생활을 거치고 있는 얼굴 모르는 수험생에게,

하루를 충만하게 누림으로써 오는 즐거움을 자주 잊는 현재의 나에게,  

이 글을 바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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