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애를 왜 가슴으로만 하는가?
학부시절 중간고사 시험문제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사회심리학을 통해 습득한 호감, 사랑 등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할 수 있는지 논하시오"
대학원 시절 내 세부 전공인 사회심리학은 인간과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다루는 학문인 동시에 대인관계에 대해서 다루기 때문에 재미로만 따지면 나는 사회심리학이나 성격심리학이 가장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원래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막연히 상담이나 임상 쪽을 전공하고 싶었다. 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상담심리학이나 임상심리학이 심리학 전부인 것처럼 생각했고, 대학원도 그쪽으로 진학하려 했다. 학부를 마칠 무렵이 되어 대학원 세부 전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면서 사회 및 성격심리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흥미와 재미를 느꼈기에 대학원 전공도 사회심리학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도, 가장 재미있게 느꼈던 분야가 대인관계 영역(Interpersonal relationship)이었다. 대학원 과정에서 몇몇 동기들과 함께 학부생들과 함께 진행한 스터디의 교재 제목도 '사랑의 심리학'이었다.
앞서 얘기했지만, 대인관계와 관련된 심리학의 분야는 사회심리학이다. 사람을 어떻게 만나서 인상형성은 어떻게 하는지, 호감은 어떻게 생기는지, 그 호감이 사랑으로 어떻게 발전하며, 사랑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되는지가 사회심리학의 영역이다.
3포 세대라고 하는 20~30대 젊은이들은 연애, 취업, 결혼을 3가지를 포기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문제, 결국 '돈'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연애하고 싶은 사람들은 분명히 있고, 어떤 사람들은 연애도 돈을 주고 배운다고 한다. 연애 칼럼니스트니, 연애 컨설팅을 통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기도 한다니 그만큼 연애와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이 있기는 한가보다. 시대가 바뀌다 보니 미팅이나 소개팅을 통한 만남에서 데이팅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만나 연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연애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대면접촉'이라는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은 분명하다.
누군가는 연애를 흔히 연애를 '작업'으로만 보다 보면 스킬만 늘고, 정작 사랑의 본질에 대해 제대로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만나서 호감을 느끼고 사랑하며,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은 사랑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스갯소리로 '연애를 가슴으로 안 하고 머리로만 하냐?'는 이야기도 있다. 정작 남의 연애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잘해주는데, 본인은 연애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그렇다.
좋은 예는 아니겠지만, 흔히 '바람둥이'라고 하는 사람이 정작 잘 생기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다. 내가 볼 때는 심리학적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저 이론이나 용어를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나서 호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유사성이 필요하다. 상대방과 취미, 성격, 거주지 등 유사성이 많을수록 호감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은 공통점을 잘 찾고, 상대방의 말을 듣고 '나도 그런데'라는 반응을 잘 보여준다.
사람을 만나서 호감을 느끼며 사랑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상대방에게 호감 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정작 사랑을 잘하는 방법에 대한 글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악용하지 않는 이상 심리학적 이론들을 잘 이해하고 사용하면 관계에 도움이 될지언정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은 감정과 이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때 더 성숙해진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