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아이는 셋, 그리고.. 01
그와 헤어지기로 결정을 하였음에도, 처음에 우리는 당분간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로 했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겠다는 얘기를 꺼내자니 현재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3 첫째가 마음에 걸렸려서..라는 이유가 첫 번째였지만, 뒤돌아 생각해 보면 어쩌면 결정을 했음에도 그와 헤어지는 것 자체가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혼 결정을 했으면 빨리 헤어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다니던 정신의학과 선생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핑계를 대던,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면 결정을 했다면 떨어져서 지내는 게 나을 거라고.
그래. 결정을 했으면 실행에 옮겨야지.
그가 짐을 싸던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하루 종일 우울했다. 뭘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었다.
시간은 또 왜 이렇게 더디게 가는 것인지.
"너 없이 난 어떻게 살지?"
그가 나갈 때, 나는 그를 뒤따라나가면서 한 번만 안아달라고 했었다. 그리고는 조금 울기도 했다. 나는 내 걱정을 하는 걸까, 네 걱정을 하는 걸까.
집에 애들이 셋이나 있는데도, 집이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
오랜 시간 이혼을 상상해 보며 살았었다. 그런데, 그와 더 이상 같이 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마음이 기울어진 중에도 그가 없는 삶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남들 다 몇 번씩 경험한다는 이별을, 마흔다섯 이 나이에 처음이라니.
그는 스물둘에 만나 제대로 연애를 시작한 첫 사람이었고, 우리는 그대로 결혼까지 했었다. 좋은 일이건 힘든 일이건 내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을 그와 함께 했었고,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계속될 줄 알았다.
어떤 이유로든 이혼이 결코 좋은 이별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하루 종일 그가 궁금했고, 하루 종일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듯했다. 평소에도 그와 시시콜콜 메시지를 나누고 전화통화를 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휴대폰이 어찌나 조용히 느껴지던지.
어떤 이유로 연락을 해볼 수 있을까. 그는 내 생각을 하기는 할까. 내가 이혼하자고 해놓고, 너는 내 생각은 하지도 않느냐고 따지고 싶은 내 마음의 정체를 나도 잘 모르겠다.
하루 종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겨우 최소한의 일만 끝마치고 침대에 누워있던 시간이 길었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늘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었는데, 하루가 이렇게 길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란 말이 맞긴 한 건지, 그런 내 마음도 조금씩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 보이긴 한다. 독한 정신과 약물의 덕분인 것인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