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혼할 거라니까?!

이혼, 아이는 셋 그리고.. 02

by 누리달


이혼을 결정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그리고 이 사실을 언제 알려주는가였다.


너무 어리면 너무 어려서, 어리지 않으면 어리지 않아서 부모의 이혼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 예상을 하긴 했지만 첫째가 고3이고 입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막내는 중1로 사춘기 증상이 한창인 시기였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에는 첫째 입시가 끝날 때까지만 이혼을 잠시 미루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어차피 답답함과 외로움을 가득 안고 함께 산 세월이 19년인데, 몇 달 더 같이 있는다고 크게 문제 될 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고.


어떻게든 우리의 이혼을 막고 싶은 부모님의 강력한 의견도 한몫 하긴 했다.


그러가다 문득, 어쩌면 그것은 핑계일 뿐 막상 결정을 했어도 나 스스로가 이혼이라는 큰 문제를 잠시라도 회피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스스로의 마음을 명확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나에게 여전히 너무 어려운 문제이므로.




이혼을 준비하면서 우선은 떨어져 살기로 하고 남편이 시댁으로 들어가던 날에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일 핑계를 댔다. 그리고 아빠가 짐을 싸서 나가던 날에도, 아이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수긍을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빠 없는 생활이 1주, 2주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다 큰 아이들이라 아빠의 관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집안에서는 각자 방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었으니 그들의 생활에는 차이가 없었을 것이기도 했을 것이다.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 생각과 상황들이 지나갔지만, 시간적으로 보기에 우리의 이혼은 결정 후 무척 빠르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의 이혼을 통보했다.


"나 이혼할래."


"왜?"


"성격차이."


"진짜? 장난 아니고? 아빠 그래서 집 나간 거야? 아니 도대체 왜?"


우리는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큰 소리로 말다툼을 해본 적이 없었다. 서로 데면데면하고 말을 잘 안 하는 시기가 있기도 했고, 같이 취미생활을 하며 다니는 시기가 있기도 했다. 엄마 아빠가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다고 느낄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기에, 더욱 갑작스러웠을 것이다.


"우리는 일찍 결혼해서 각자의 시간을 보낼만한 여유가 없었잖아. 아빠는 계속 취미가 바뀌면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성격이고, 엄마는 그렇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성격이고. 맞춰보려고도 했지만 쉽지 않고, 이제는 각자 살아보면서 각자의 갈 길을 찾아보려고.


너네는 엄마와 살지 아빠와 살지 선택을 할 수 있어."


다 큰 아이들이라 가장 현실적인 부분을 먼저 물어본다. 엄마가 최근에 일을 시작하긴 했지만 그동안은 수입이 없었으며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많은 수입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럼 생활비 같은 건?"


"너네가 엄마랑 살기로 결정한다면 당연히 아빠가 양육비는 주지. 그건 아빠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니까 그렇게 너네들의 아빠로서 책임은 질 거고."


"난 엄마랑 더 친하니까 엄마랑 살래. 그럼 달라지는 건?"


"없어, 집에 아빠가 없다는 것 정도이지. 언제든 원하면 아빠를 만날 수도 있고, 연락도 하고 원하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나고, 나머지는 똑같아."


첫째와 둘째는 쿨하게 그 정도에서 그렇구나, 그럼 이혼해라고 했고. 막내는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분위기에 휩쓸려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별 생각이 없었는지 첫째 둘째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는 아이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한참을 떠들고, 친구들에게 자신에게 사건이 생겼다고 이야기를 해준다며 웃기도 했다. 전혀 심각하지 않은 모습에 '얘들아, 나 이혼할 거라니까?'라고 외쳐보기도 했는데, 역시나 쿨하게 '해, 엄마 마음이지.'라고 대응했다.


첫째는, "와 엄마, 하루이틀 만에 결정한 건 아니었을 텐데 이걸 우리한테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다니 대단해."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아빠가 집에 없게 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이들의 생활에는 변함이 없었다. 중간에 한 번 아빠와 밖에서 만나 밥을 먹고 오기도 했는데, 둘째는 "엄마랑 아빠가 안 좋게 헤어진 것이 아니라도 다행이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부부가 헤어지는데 안 좋게 헤어지는 게 어디 있겠느냐만, 잘 숨기고 지내서인가..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이 없어 보여서 다행이기도 하고.


심각한 일에 부모가 심각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큰 걱정을 하지 않고 가볍게 넘길 수 있다.


다만, 아빠랑 같이 살지 않음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에,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가 이 정도였다는 것에 씁쓸하기도 하다.


조금 더 좋은 아빠일 수는 없었던 걸까.









작가의 이전글마흔다섯, 이별은 처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