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만 대화하고 이혼하자.

이혼, 아이는 셋 그리고.. 03

by 누리달


살다 보면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부분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이러한 부분들을 내가 계속 맞출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러다가도 그러한 생각들은 다시 일상 속에 슬그머니 숨어버리곤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어딘가 모르게 답답한 부분들을 잔소리가 아닌 한두 마디로 명확하게 표현할 줄 모르는 자신을 탓하게 된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에 대하여, 그는 모르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몰라서 잘 안 맞춰지는 부분들은 그의 잘못이 아닐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명확하게 알고 난 뒤에도 그도 나도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여 계속 불편하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이므로.


여기까지 생각의 정리가 끝났을 때, 나는 그에게 말을 했다.


"우리, 1시간씩 진지한 대화를 딱 10번만 해보자. 그러고 나서 만약 이런 말들을 하는 내가 싫어졌다면, 그때에는 이혼을 해도 되고."


그게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그와 나의 대화는 대화가 아니었다. 그저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 제공만 하는 정도였으며, 필요에 의한 혹은 예의상 하는 안부가 전부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러한 말을 꺼내면서 '10번의 시간을 보내고 이런 말들을 하는 내가 싫어졌다면..'이라고 조건을 달았던 것은, 그는 나의 속마음을 듣는 시간도 그의 속마음을 얘기하는 시간도 무척 불편해했기 때문이었다.


"대화의 목적은 '그냥'. 충고, 평가, 판단, 조언 없이 그냥 살면서 답답했던 것 혹은 서운한 부분, 혹은 서로 요구하고 싶었던 것 등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되고. 오해할까 봐 미리 얘기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던 원하는 대답은 '그랬구나'정도가 될 거야."


대화 좀 하자고 하면 그는 그 시간을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이 사람에게 혼나는 시간' 혹은 '잔소리 타임'정도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것이 결혼 직후부터였으니,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나아지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느끼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점점 입을 다물었고, 그러다 몇 달에 한 번씩 혹은 몇 년에 한 번씩 쌓이면 어렵게 감정을 표현하다가 그것조차 그만둔 것도 몇 년이 되었다.







"그게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이랑 나랑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어쩌면 서로에 대해서 가장 모르고 있지 않을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어떤 감정인지 당신에게 전달해 주고 싶고. 당신이 어떤 생각이고 어떤 감정인지 나는 늘 궁금하니까. 그런데 평소에 우리는 이런 얘기를 전혀 안 하고 살잖아."


"글쎄, 난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해볼게."


예상대로 그는 이러한 시간을 그리 반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대를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는 주로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듣기만 했고, 이런 나의 얘기들이 어떻게 들리냐고 물어보았을 때 내가 서운했다고 하는 얘기들에 대하여 그는 그가 잘못한 것에 대하여 질책받는 느낌이었다고 하기도 했다.


그래도 약속대로 미리 시간 약속을 하고 대화를 했고 그 역시 나에게 살면서 서운했던 부분들 혹은 어려웠던 부분들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으며, 나 역시 그가 이런 말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주로 들어주었었다.


하지만 10번의 대화 마지막 즈음에는 그는 이런저런 핑계로 대화하는 날짜를 계속 미루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단 한 번도 먼저 나에게 대화를 하자고 한 적이 없었다.


매일 얼굴 보고 함께 사는 사이에 이렇게 거창하게 셀프 부부상담인 '대화'시간을 갖기로 약속을 하고서도 그 10번을 2년 만에 채웠으니, 이 정도면 나도 그를 배려할 만큼 한 것 아닐까.


그리고 그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노력은 한 것이겠지.




무언가 나랑 안 맞거나 혹은 상대방이 잘못을 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을 알게 되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이해가 되고 수긍을 하게 된다. 잘 알게 되면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까. 그렇기에 대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번의 약속한 시간이 채워지고 나면, 나는 그를 조금 더 이해하고 그도 나에 대해서 조금은 더 잘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년 동안 10시간의 대화 시간을 채우고 내가 그에게 느낀 것은, 그는 이러한 시간을 그저 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자신에게는 의미 없는 숙제처럼 여긴다는 것이었다.


그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감정은 어느 정도 전달이 된다(그것조차 오해일 수 있지만).


처음 시작할 때 나는 10번의 대화가 끝나면 조금 더 편해질 관계를 상상했었지만, 결과는 이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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