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인가 협박인가

이혼, 아이는 셋, 그리고.. 07

by 누리달

코로나 때 전남편이 직장을 잃게 되면서 생활비가 완전히 끊겨버린 우리는, 그의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으며 살았었다. 그리고 그 이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뒤에도 전남편은 고3 첫째의 학원비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꾸준히 생활비를 지원받았다.


그리고,

전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그의 부모님에게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 그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면 금전적인 지원은 없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버지가 재결합을 이야기하시더라. 재결합하면 앞으로 경제적인 부분은 계속 지원을 해줄 것이지만, 만약 재결합을 하지 않는다면 경제적인 부분은 지원 없을 거라고.


경제적인 지원을 생각해 봤을 때, 어떤 쪽이 더 이득인지 실리적으로 생각하라고."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재결합 의지에 대해서도 물어봤었다.

그런데.. 본인은 나와 계속 살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나에게는 나와 함께 살면 부모님께 계속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만 여겨진다.


그의 이러한 태도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숙려기간이 끝나갈 즈음, 그의 아버지는 나를 호출하셨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은 마음이고, 그게 꼭 지금 당장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이들 셋을 키워야 하는데 혼자서 감당이 되겠는가. 지금 같이 살면서 경제적으로 도움 받다가, 나중에 애들 다 크고 이혼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는 것이다."


전화를 피하는 나에게 그의 어머니도 톡을 보내셨다.


"너의 뜻을 존중은 한다. 하지만 이혼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당장 하면 경제적으로 힘들 수 있으니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아라."






이혼을 결정하면서 부모님의 지원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결혼 후 약 20년을 그의 부모님의 얼마 안 되는 돈 아래에서 마음 불편하고 눈치 보면서 살았었기에,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혼을 하면서 분할을 할 재산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 덕에 재산싸움 없이 협의이혼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는 것. 모아놓은 돈? 매 달 부모님께 생활비 모자라다고 손 벌리고 사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나의 친정이 금전적으로 기댈 수 없는 상황이며,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전남편이 전액 대출받아 마련한 저렴한 전셋집이다.


나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아르바이트 수준이며 경력도 짧아서 대출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집에서도 계속 살지 못하게 되었다. 정말로 아이들 셋을 데리고 있으면서 집도 절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계실 텐데.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는 것은, 걱정인 걸까 협박인 걸까.



...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나는 어쩌면 이런 상황이나 화법에 아주 오래 길들여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제는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살 길은 막막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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