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빠르게 너를 잊는다.

이혼, 아이는 셋, 그리고.. 06

by 누리달

약 3개월 전.


이전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음에도 아이들 셋 덕분에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지던 경험을 하던 나였는데. 헤어짐을 결정하고 그가 집을 나가고 난 이후에는, 하루가 한 달 같던 시간들을 보냈었다.


저녁은 왜 그렇게 더디게 오는지, 수면제를 먹고 잠들 수 있는 밤은 또 왜 이렇게도 늦게 찾아오는 것인지.


하지만, 그런 내 감정과는 다르게 몸은 그가 없는 시간에 빠르게 적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은 한없이 불편한데 몸은 또 한없이 편안해지는 기분.


손 많이 가지 않는 다 큰 성인 한 명이 빠진 것뿐인데 집안일이 줄었고, 집안에서의 시간들이 무척이나 여유롭게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함께 사는 그의 존재에 대하여 나도 모르게 신경을 쓰거나 긴장을 하면서 살았던 것일까. 거의 20년을 함께 살았는데, 왜?





그가 집을 나간 후 상담시간에, 정신의학과 의사가 물었다.


"좀 어때요?"


"그 사람이 미운데, 또 보고 싶어요. 이상하죠?"


"음.. 변태 같네요."


그러면서 의사는 조금 웃었었다. 미우면 밉고 좋으면 좋아야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못하다고. 그러면서 이런 양가감정이 더욱 힘든 거라고 했다.


당시에는 이런 시간이 얼마나 더 지속되면서 나를 괴롭힐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돌아보면 나는 1~2주 만에 안정을 찾았고, 문득문득 생각나서 우울하거나 화가 나던 감정도 빠르게 사그라들었던 것 같다.


한 달도 안 되어서, 나는 그가 없는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렸고, 안정감을 느꼈다. 3개월 전 브런치에서 그와 헤어지고 허전하다며 징징대던 내 글이 민망하리만치.








고민은 길었지만, 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이별은 짧았다.


3개월 전 이혼 서류를 접수할 때, 고작 서명을 담은 서류 한 장 제출한 것만으로(물론, 1시간 반의 지루한 양육과 관련된 교육이 있었지만) 끝날 수 있다는 것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혼 확정 서류를 받아오던 날에는 그 정도의 당황스러움조차 없었다.


그의 속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혼 서류를 제출하던 날과는 다르게 오랜만에 보는 그의 모습에도 아무렇지 않았고, 함께 구청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고 짧은 안부만 건넸을 뿐이었다.


함께 앉아서 서류를 받기를 기다리던 시간 동안, 나와 딱히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있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생소했고. 진즉 이렇게 좀 하지 그랬어하는 생각이 살짝 스쳤던 것이 전부였다.


(내 기억에서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는 시간이면, 그는 내 옆에서 언제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게임 등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대부분은 함께 밥을 먹을 때에도.)




그렇게 나는, 첫 이별과 이혼을 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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