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은 가끔 가식적으로 느껴져.

이혼, 아이는 셋 그리고.. 05

by 누리달


내가 상대방의 이야기에 오롯이 공감을 하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도 벌써 십여 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다. 그 뒤로 우연히 집었던 어느 책에서 '충고, 평가, 판단, 조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먹고 반성을 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예전의 나는,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는 자꾸만 상대방이 말을 하면 '설명'을 하려고 들었었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힘들다'라고 얘기를 하면 '다들 그렇지 않으냐..'라는 마음속 말이 슬그머니 튀어 올랐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나 상황의 입장을 설명해주고 싶어 했었다.


그렇다고 뭐,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잔소리를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말이 짧았고,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이 한가득 있어도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수많은 말을 꿀꺽 삼키고 결국 한두 마디로 내뱉고 마는 편이라, 상대방이 원하는 말을 잔뜩 해주지는 못했어도 최소한 듣기 싫은 말을 길게 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잘했다는 것은 아니고.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상대에 대한 내 마음과 화법에 대한 문제를 깨닫고, 그가 무언가에 대해 말을 하면 최대한 무조건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말을 길게 하는 편은 아니었으니 고작 그래봐야 '그랬어?'와 '힘들겠다' 정도였지만, 때로는 열심히 공감하며 상대방의 탓을 해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변화로 인하여 사춘기가 된 아이들과도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으며, 덕분에 더욱 가까워졌고 아이들은 나에게 조잘조잘 떠들어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10번만 대화하고 그래도 계속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이혼하자고 하면서 본격 자리를 잡고 대화를 시작했던 즈음, 그는 그랬다.


"당신이 하는 '그렇구나..'라는 말이 종종 가식적으로 들리기도 해."


....... 그랬구나.


그래, 뭐.. 처음에는 나도 어색한 그러한 말들이 그에게도 그렇게 들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 충분히 이해는 한다. 처음부터 그러던 사람이 아니었으니 더욱더 그랬겠지.


그래도, 그가 무슨 말을 하던 내가 그렇게 반응을 하고 그의 편을 들어준 지가 몇 년이 되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그것이 어색하게만 들렸나 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약 십여 년 전, 남편과 내 동생과 함께 잠시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남편은 남편대로 친동생은 친동생대로 좀처럼 안 맞는 서로를 힘들어하곤 했었고, 그 가운데에 있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는, 내 동생에게는 남편의 입장을 설명했고 남편에게는 내 동생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당시에는 그것이 서로에게 상대방의 편만 들어서 서운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몰랐었고, 그저 상대방의 입장을 알게 되면 조금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그때의 일에 대하여 서운했던 감정을 강하게 남기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뒤로 언젠가 한번 '그때 당신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해.'라는 말을 그에게 전했었는데, 내가 그렇게 말을 했던 것은 까맣게 잊고 서운했던 감정만 계속 남아있었나 보다.



비교적 최근 대화 중에 '나에게 서운했던 것은 뭐가 있어?'라는 나의 질문에 그가 가장 먼저 했던 말은 그 부분이었다.


"그때, 미안했어. 그때 나도 당신과 같은 감정이었는데, 내 동생을 계속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할까 봐 나름 설명을 해 준 것이었는데. 내 그러한 화법이 당신을 더욱 서운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 당시에 내가 당신 편을 들지 않고 동생 편을 드는 것처럼 말을 했던 건 내 잘못이었던 것 같아."


나는 다시 한번 사과를 했고, 늦었지만 그의 편을 들어주었다. 당시에 나도 힘들다는 이유로 또 그의 마음을 몰랐다는 이유로 오롯이 그의 편을 들어주지 못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미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이러한 나의 말까지도 가식적이라고 느껴졌을까. 그러한 대화 뒤에도 나의 공감과 긍정의 말은 늘 그의 몸에 닿질 않고 부딪혀 튕겨져 나오는 듯했다.


물론, 내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도 어느 정도는 알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럼에도 어색했으니 그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고, 좀처럼 자기 생각이나 마음의 이야기를 잘 못 하는 그도 나름 노력을 한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서로의 노력이 서로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너희는 이런 것 못 사 먹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