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아이는 셋, 그리고.. 08
똑똑히 기억을 하고 있다.
약 4년 전, 아이들의 아빠는 꼭 숙제를 하듯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난 뒤부터(심지어 그가 먼저 제안한 여행이었다) 그는 1년여 동안을 아이들과 외식 한 번을 안 했었다. 당연히, 어딘가에 놀러 가거나 그러한 것도 없었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 어쩌면 셋째와 스키장 한두 번 정도는 다녀왔을지도?(그게 그 기간 동안이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물론, 집에서 같이 밥을 먹는 시간들은 있었다. 그런데 내가 하고싶었던 것은 그저 '외식'이 아니었다.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었지. 집에서 소소하게 같이 밥을 먹는 시간들도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 휴대폰을 보거나, 아니면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내가 거실의 TV를 틀어놓거나 했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함께 시간을 보낸 시간이 전혀 없었다는 것.
정말로 시간이 없었고 바쁘다면 편안하게 이해를 할 것이었겠지만, 그는 가족 이외의 사람들 혹은 자신을 위하여 시간을 내고 쓰는 데에는 아낌이 없었다. 정해진 일과 관련하여 야근이나 추가근무가 있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가족들과는 단 한 번 그렇게 소소한 시간조차 보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1여 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에게 미안한 일이 생겼었던 그는, 그제야 시간을 내어 가족들과 동네 고깃집을 갔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고작 동네 고깃집.
왜 이제야?라는.... 정체 모를 억울함과 서러움, 그럼에도 지나간 시간에 대하여 계속하여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면 그의 입장에서 현재 나름의 노력이 헛것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을지도 모르니, 그저 인정을 하고 현재에 만족하자고 애써 나를 위로하면서도 슬펐던 그날.
그래서 똑똑히 기억을 하고 있다.
이혼, 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별거,라고 해야 할까.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접수하기 전 이혼을 결정하고 나는 집에서 그를 바로 내보냈다. 물론 그도 동의한 일이었다.
그러고 나서 딱 6개월이 지났다. 아이들이 다 컸으니 명확하게 지키려고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필수사항인 '면접교섭'에 대한 내용을 작성하고 제출했다.
1달에 두 번 주말, 시간은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그와 나의 이혼이 어떤 원인이었던 어떤 감정이었던,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아빠이길 원했다. 그래서 내 감정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에게는 자유롭게 아빠와 연락을 하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런데.
6개월 동안 아빠가 아이들을 만난 적이 딱 3번이었다. 그것도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딱 1시간씩.
아이들을 약속장소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면, 정확히 1시간 뒤에 연락이 왔다. "엄마, 밥 다 먹었고 우리끼리 노래방 왔어."
그래도 아빠랑 같이 후식이라도 먹던가 같이 놀지 왜?라고 슬그머니 물어보면 "아빤 바쁘대, 그리고 우리도 우리끼리 노는 게 더 재밌어."라고 했다.
중학생 셋째가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면 엄마 아빠와 놀이동산을 가고 싶다고 했고, 시험을 잘 보고 신나서 왔다. 셋째 입장에서는 마지막으로 놀이동산 갔던 때가 너무 어렸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어차피 한번 다녀와야겠다 하던 중이었다.
아이는 '이왕이면 엄마 아빠와'라고 말을 했었기에,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서 정말 그래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곧 그 생각은 접고 아빠에게 말을 해보라고 했었는데. 알겠다고 대답을 했던 아이 아빠는 역시나, 약속된 월이 되니 아이에게 바빠서 같이 못 가겠다고 했다.
사춘기 아이의 속마음은 잘 모르겠으나, 아빠가 안된다고 하면 엄마랑 꼭 가자는 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별 기대를 안 했던 것이었는지 겉으로는 쿨하게 그렇게 됐다고 나에게 전했다.
더 이상 실망할게 남아있지는 않았을 텐데.
나와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의 범위가 다른 사람이다,라고 이해를 해 보려고 해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정말로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양육비를 벌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모든 에너지를 거기에 다 쓰는 것이라면 이해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일과 삶이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쓸 시간과 에너지는 있으면서 가족이나 아이들을 위해 쓸 시간과 에너지는 없는 사람.
그런데 어떻게, 이제는 더 이상 매일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님에도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