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혼을 하고 떨어져 살게 되었더라도 마음은 겉으로 보이는 생활만큼 무 자르듯 잘라지가 않는다. 대부분의 시간을 안정적으로 보내고 있고 또 그러한 시간이 길어지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간혹 나는 그의 생활이 궁금했고 신경 쓰였다.
이러한 생각이나 감정에 빠지게 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런 내 모습에 나는 또 우울해진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는 내 결정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의외로 답은 또 바로 나온다.
아니. 난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또다시 돌아가도, 나는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내 마음은 쓸데없이 어디론가 가고, 거기서 머물러 있는 것일까.
필요에 의해서 전화를 했던 한두 달 전, 할 말이 있으니 연락해 달라는 카톡도 씹고 전화도 무시하던 그가 전화를 받았을 때의 첫마디를 기억한다. "그래도 네가 아이들 엄마니까 그 정이 있어서 통화를 해주는 건데.."
내가 지긋지긋하게 잔소리를 해대는 사람도 아니었고, 이혼 과정에서도 아이들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게 이혼을 했다. 이혼을 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남은 짐을 가지러 한두 번 집에 들렀고 그때에도 우리는 잠시였지만 별말 없이 혹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한 공간에 있었었다.
그가 무엇 때문에 나에게 그렇게까지 했으며 나를 싫어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100이라면 그중 1~2만 겨우 내뱉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가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할 만큼의 무언가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고작 하는 말이 아이들 엄마라서 '통화를 해준다'라니. 내 입장에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 이미 끝난 사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면 될 일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그의 모습 하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다. 나에게 온갖 상처를 준 그의 이혼 후의 생활을, 나는 무엇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에게 여전히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울 정도였는데.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나는 그가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 만든 것에 대하여 반성하고 후회하길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가족들 없이 잘 사는 모습이 싫고 화가 나는 것 같다.
내 앞에서 말은, 집을 나간 후 힘들어서 살이 너무 빠져서 직장에서 사람들이 모두 걱정을 할 정도라고 해놓고서는, 여전히 행동과 삶의 모습은 정 반대인 사람. 환경이 크게 바뀌었어도 그는 바뀐 것이 전혀 없었다.
그가 빈곤하고 경제적으로 허덕이면서 어렵게 사는 것을 원하지 않으나, 나는 그가 행복하지 않길 바란다(최소한 지금은). 이혼 후 나에게 준 상처만큼 그가 상처받길 원했던 것 같은데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자꾸만 화가 나는 것 같다.
내가 더욱더 크고 넓은 사람이 아니어서 무척이나 유감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나는 고작 여기까지인 인간인가 보다.
...
무리를 해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내 환경이 완전히 바뀌고, 그와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기게 되면 나도 조금은 더 나아지겠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상처받고 미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겠지.
그렇게 될 수 있길 바란다.
새해에는 구질구질한 내 모습이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