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 좀 보는 게 더 편한 스타일?

싸움은 어려워

by 누리달

오래된 빌라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다. (현재는 이사를 했다.)


이사 약 1달 전 즈음 한겨울, 이른 아침부터 보일러가 고장이 났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밖에 가스가 새고 있어요."


그날은 덕분에 아침부터 분주했으며, 5층의 집 중 우리 집과 이웃집 한 집의 가스 배관만 손상이 되어서 가스가 새고 있다고 했다. 높은 차량이 이동하다가 가스 배관과 부딪혀서 배관이 망가진 것 같다고 했다. CCTV도 없는 빌라였기에 정확하게 어떤 차량인지 측정할 수 없었지만, 그 전날 같은 빌라에 사는 이웃 주민 중 한 집에서 탑차를 불렀었고, 쾅 소리가 났었다고 했다.


급하게 수리가 진행되었으며 공사업체에서는 수리비 55만 원을 요구했다. 그리고 나는 우선 집주인에게 사진들을 보내주고 상황 설명을 했다.


"갑자기 전화해서 그걸 왜 저한테 요구하십니까? 배관을 망가뜨린 그 이웃 주민에게 청구해야죠."


"그 이웃집에서 사고를 냈다는 것이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집주인은 해당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우며, 그 비용을 자신에게 요구한 내가 매우 이상하다는 듯 굴었다. 아니 그럼 사고가 갑자기 나지, 뭐 예고를 하고 발생하는가.


나도 매우 당황스러웠지만 그렇게 나오는 집주인에게 일단 알아서 상황을 정리해 보겠다고 했으며, 추운 날 아침부터 바쁘게 달려와서 공사를 해 주고 문 앞에서 입금을 요청하는 배관 공사 업체에게 우선 돈을 보내주었다.


공사업체 입장에서는 우선 공사비용을 받아야 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그 뒤로 이웃 주민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차량을 찾는다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내가 직접 경찰서에 신고까지 해 보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사고 차량을 찾을 수 없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모든 곳에서 그 돈을 왜 세입자인 내가 지급했냐는 말을 들었다. 문제는 내가 먼저 공사비용을 지급한 것이었나 보다.




낡은 빌라에서 전세로 몇 년 간 살고 있던 중이었는데, 벽마다 곰팡이가 생겼었다. 그것이 내 탓은 아니었지만 집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대뜸 계약을 했던 새로운 세입자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있기도 했었다.


내가 들어올 때에도 도배나 장판을 하지 않았던 집이었기에, 최소한 8년 ~ 10년은 수리도 없던 집이었기에 상태는 엉망이었다.


살면서 내부적으로 수리가 필요하거나 하는 부분에 대하여 하나하나 집주인에게 요구하고 받아내지 않았으며, 그저 내가 대충 때우고 이사를 갈 때까지만 버티자 하는 심정으로 지냈던 집이었다.


그런데, 가스배관 수리비 55만 원이 나왔다는 말에 대뜸 부정적으로 나오는 집주인과 고작 몇십 만 원(나에게는 큰돈이지만) 가지고 싸우기 싫었고, 나도 집 상태에 대해서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것이었다.


"외부 배관 문제는 사고로 인한 것으로 임대인분이 지급해야 할 부분이며, 가해차량이 특정되면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만, 제가 지급하겠습니다. 다만, 환기 등을 잘했음에도 벽면 곰팡이 등이 생긴 것 같은데 현재 가구 등으로 확인이 안 되며, 이사 나갈 때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문제 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전세나 월세 등으로 거주하다가 이사를 나갈 때 내부 상태에 따라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에 많은 마찰이 발생하며 공사비용 등으로 분쟁이 종종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었기에, 이삿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분쟁을 방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집을 깔끔하게 쓰지 못한 것이 괜스레 찔려서 미리 공사비용으로 퉁 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내 말의 태도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뭐가 문제였을까.


집주인은 "그동안 편하신 대로 편의 다 봐드렸는데 이렇게 말하면 본인이 더 기분이 나쁘다"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심지어, 최근 거래 한 공인중개사 사장님에게 전화해서 이 돈을 왜 자기가 지급을 해야 하느냐, 그리고 평소 임대인으로서 갑질(?)을 한 적도 없는데 임차인은 왜 나에게 이런 소리를 하느냐며 따졌다고 했다.


편의는 무슨. 오래된 보일러가 고장 났을 때 교체 해 준 것? 건물에 대한 문제로 집주인들이 단체로 공사비를 지급할 때 내준 것? 그것 말고는 몇 년 간 살면서 집주인과 연락 한 번 한 적이 없었는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사를 나갈 때 집주인은 사진으로 집의 상태를 보고 여러 부분을 문제 삼았으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으면서 공사비용을 요구했다.


심지어, 묵시적 갱신 상태였음에도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인은 중개보수까지 부담을 하라고 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묵시적 갱신의 경우 게약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발생하는 중개보수는 임대인이 부담하는 것이다)


아니 이렇게 공사비용을 요구할 것이면, 본인이 내지 않은 가스배관 외부 공사비용은 나한테 주던가. 그 부분은 쏙 빼놓고선.


전세보증금은 전남편이 받아야 할 부분이었기에 내가 직접적으로 임대인과 연락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원래부터 그 상태였던 부분까지도 문제 삼았다고 했다. 이 부분은 이사 왔을 때 집 내부의 사진을 찍어둔 것을 보내주고 합의를 해 보라고 했다.



결국 임대인은 집에 대한 수리비와 중개보수비용을 제외하고 전남편에게 전세보증금을 보냈으며, 전남편은 해당 수리비를 반반씩 부담하자며, 50%를 제외하고 나에게 양육비를 보내겠다고 했다.



고작 몇 푼으로 또 이래저래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그러라고 했다.


내가 손해 좀 보는 게 조금 더 편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멍청한 것이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고, 그냥 멍청한 것이다라는 결론이 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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