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양육비, 그리고..
법원에 이혼 서류를 제출하고 숙려기간 동안, 전 시아버님은 나를 불러서 돈문제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다.
하나는, 이혼을 하면 그동안 지원해 주던 생활비 지원은 일절 없을 것이며, 또 하나는 그전부터 약속했던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이던 아이의 치아 교정 비용과 첫째의 대학 등록금은 내주시겠다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첫째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대학 등록금은 소득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아이의 대학 입학이 결정되고, 전 시댁에서는 첫째에게 등록금이 얼마냐고 물어보신 듯했다.
바로 등록금 납부 하는 계좌번호를 보내드려야 하나 생각도 해보았는데, 혹여 그쪽으로 직접 납부하시겠다고 하면 국가장학금은 어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고, 그쪽에서 모든 돈을 받아내어 양쪽에서 돈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첫째를 통해 등록금의 일부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 뒤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전 시댁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세 아이의 양육비는 한 명 당 표준 양육비에서 세 자녀이므로 30% 감액한 금액으로 정했었다.
나도 참 멍청하다 싶었던 것이, 양육비 작성을 할 때 '한 명당'이라고 써져 있었기에 한 명당 30% 감액된 금액을 적어버렸었다.
원칙대로 따져보면, 두 아이의 양육비나 세 아이의 양육비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적는 바람에 첫째의 생일이 지나면 양육비가 대폭 줄어들게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전남편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첫째의 생일이 지나면 양육비가 줄어들어 생활에 매우 지장이 생기게 될 것이었기에, 나는 몇 달 후의 양육비에 대해서 전 남편에게 미리 물어보았다.
"첫째 양육비 지급 종료되면, 두 아이 양육비 조금씩 증액해 줄 수 있어?"
그랬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자신도 이번 달 수입이 줄어서 지금 매우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그러면서 돈이 부족하면 더 아껴 쓰라고.
(살면서 평생을, 그는 내 앞에서는 힘들다 돈 없다를 반복하면서 뒤에서는 나름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았다.)
아니, 내가 지금 당장 증액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증액해서 받고 싶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서 전달 것이며, 당장 결정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매월 급여가 다른 생활이며 고작 이번 달 한 달 수입이 줄었을 뿐인 것 같은데 이렇게 반응할 일인가.
그리고 나는 아이의 등록금 납부 금액을 전 남편에게 보냈다. 전 남편과는 등록금 등과 관련된 말은 한 적이 없기에, 그냥 알고나 있으라는 뜻이었다.
"어떻게 납부할 거야?"라는 질문에, 학자금 대출받고, 국가장학금도 일부 지원이 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처음에 그는 200만 원 정도는 자신이 보내줄 테니, 학자금 대출은 조금만 받으라고 했는데, 거기서 나는 또 쓸데없이 머리를 굴렸다.
"아니, 됐어. 나는 그것보다 나중의 양육비가 더 중요해."
나는 현재 등록금을 받으면, 나중에 양육비를 올려달라고 할 때 그가 등록금에 대한 부분을 생색내며 거절을 할 것 같았다. (내 시선에서 그는 충분히 그럴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 나름 그를 배려해서 돈을 준다는 것을 거절했으니, 이로 인하여 그가 미안함? 혹은 불편함? 같은 것을 느끼고 나중에 양육비 증액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길 바랐다.
그에게 감정적 부채가 있길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보니, 도무지 그들에게는 감정적 부채 따위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던 것 아닐까.
지금 내가 돈 200만 원을 안 받는다고 해서, 그가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양육비를 증액해 줄까?라는 질문에 대답은 계속 '아니요'가 나왔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한 거다.
그에게 다시 톡을 보냈다.
"200만 원 준다는 것, 아직 유효해?" "국가장학금 받는다며"
"그거, 다 받을 수 있는 건 아닌데? 애 기숙사비랑 학식비도 있고."
"나 돈 없어"
그래서 나도 그냥 거기에서 끝냈다.
아이의 등록금 지급으로 인해 당장 내 삶에 엄청나게 큰 지장이 생기는 상황은 아니고, 최대한 그쪽 집안에서는 돈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등록금은 전 시댁에서 먼저 주기로 한 것 아닌가?
아이 셋을 키워내야 하는 내가, 현실적으로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알고 싶어서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상황 설명을 드렸다.
"그냥, 그쪽에서는 돈을 줄 마음이 없는 거예요. 돈을 줄 마음이 있었으면 국가장학금 상관없이 돈을 보내줬겠지."
그 말씀이 맞다.
그 집안은 아이의 생활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단지 '지금 내 돈이 그쪽으로 나가지 않는다'라는 것에만 좋아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내 입장과 내 생각이 가장 먼저였지만, 그래도 나름 그 와중에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도 배려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돈 한 푼 아쉬운 지금 상황에서도 여전히 내 마음은 '돈을 받고 싶다'가 아니라, 그 넘어 무언가가 나를 더 답답하게 한다.
그게 뭔지 명확하게 모르겠다.
결론은.. 그냥 내가 멍청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