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스마트폰으로 뉴스도 제대로 보지 못 할 만큼 정신없이 보내다가 잠시 쉴 틈이 생겼다.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나에게 가장 많이 보이는 사건은 예쁜 신혼일기를 찍었던 커플의 이혼과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진흙탕 싸움이었다. 남편과 함께 있다가 얼핏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그 여배우가 이상하다고 했다.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서 그렇게까지 폭로해대는 것이 이상하다고.
"그래? 방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어떠한 심정으로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이해는 되는데."
나는 말 끝을 흐렸다. 굳이 여기서 나와 상관없는 여배우의 편을 들다가 자칫 우리의 다 지나간 일로 인해 서로 기분만 나빠질 수 있었으니까. 내가 그들의 속사정을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부부 사이의 일이라는 것이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사에서 전해주는 날 선 그녀의 글들에서 나는 울음과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낀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어쩌면 그녀는 아직도 본인을 조금 바라봐주고 본인을 조금 더 사랑해 달라고 울부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지저분하게 보일 만큼 대중에게 서로의 긴밀한 부분을 내보이면서까지 그녀가 얻고 싶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고, 혹은 무언가를 위한 마지막 발악일 것 같기도 하다.
나랑 좋아서 결혼했으면서,
왜 나랑은 함께 안 해?
내가 그러했다.
당시의 내 일기.
지금이야 내 옆의 그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이자 연인이지만 10년도 넘은 나의 신혼일기에는 늘 우울함만 가득이었다. 결혼과 동시에 아이가 생긴 나는 자연스레 가정 주부로써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기가 있는데 집안일과 집에서 겪는 모든 시간에 대한 불편함 들은 모두 내 몫이었다.
당시 나는.. 그가 머무는 숙박업소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도 들곤 했었다.
맛있는 외식도, 즐거운 생일도 그는 늘 나와 둘이 하길 원하지 않았다.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1순위였고, 누군가가 함께 식사를 하자고 제안을 하면 그것이 2순위였다(그럴 때면 나와 함께 식사하자고 하곤 했다). 내가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하면 그것은 게임하는 시간을 뺏겨서 귀찮은 일이라고 여기는 느낌을 나는 늘 받았고 언제부터인가 조심스레 요구하던 함께 있는 시간을 요구하지도 않았었다.
나는 임신했고, 출산했고, 아기가 있었고, 몸은 늘 힘들고 아팠다. 마음 같아서는 그처럼 나도 어딘가에서 늦게 들어오거나 외박하거나 나 혼자 혹은 타인과의 시간을 보내고 들어와서 집에서 잠만 자고 싶었으나 그것조차 하지 못해 늘 우울했었다. 내가 경제적인 부분을 함께 하지 않았으니 각각 역할분담을 해서 집안일은 내 몫이라고 쳐도, 육아나 가정을 위한 다른 일들은 분명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런 것들을 전부 무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정말 내가 겪는 상황들을 전혀 몰랐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어쩌면 많이 아팠다는 그 여배우도.. 남편과는 상관없이 다른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고 자신을 조금 더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었으면 남편만 바라보고 신경 쓰지 않아서 서로 조금 더 편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물론, 서로 더 멀어질 수도 있었겠지만.. 최소한 이렇게까지 악에 바쳐서 소리 질러대는 모습은 아니었을 터..
처음 방송에서 집안일 분담에 대한 불만을 슬며시 내비치던 그녀가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고, 음식은 사 먹으며, 서로의 스케줄을 모른다는 기사를 보았다. 겉으로는 쿨한 부부로 비칠 수 있겠으나 나 역시 그러했으므로 그것의 속내가 어떤지 짐작이 간다. 그는 그의 스케줄을 늘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어쩌다 내가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하게 되었을 때, 나는 그에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면서 열심히 해보고자 마음먹었던 집안일은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최대한 안 하려 노력했다.
나만 열심히 하면 더 지칠 것 같았으니까.
더 좋은 방법이 분명 있었겠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내가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들과 우리는 입장도 상황도 많이 다르다. 그 여배우는 남편의 문제에서 '다른 여자'라는 말도 꺼냈으니 부부 사이의 1대 1적인 문제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나 상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뒤늦게 '우울증'진단을 받은 내 남편처럼, 그 남자 배우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만큼 나름의 스트레스와 겪고 있는 문제가 있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