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남편의 출근이 계속 미뤄지면서 좀처럼 그 시간이 생기지 않았다. 결혼 14년 차. 함께 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우리 부부의 문제는 몇 걸음 후퇴했고, 다시 많은 감정 소모를 겪었으며, 몇 걸음은 다시 나아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으로 더 많은 걸음을 걸었을까? 후퇴? 진전?
후퇴인 것 같지만 전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기질적으로도 유독 예민하고 약했던 둘째가 막 태어나고,한 시간에 한 번씩 울던 둘째가 두세 시간 정도씩 잠을 잘 수 있게 되던 즈음, 게임중독인 그의 옆에서 나는 '10원 경매'에 빠졌다. 아마 당시 10원 경매가 인기였거나.. 거의 끝물(?)이었거나.. 그랬을 듯.
지금까지도 포커도 화투도 잘 못 하고, 이모티콘 하나 돈 주고 사지 못 하는 내가 어떻게 그랬는지 잘 모르겠는데.. 우연히 접하고 소액을 결제해서 몇백 원, 혹은 몇천 원으로 몇만 원의 물건에 낙찰될 수 있는 한두 번의 경험이 나를 물건을 싸게 잘 사는 것이란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시간 맞춰 경매에 참여하고, 운이 좋으면 소액에, 운이 안 좋으면 그저 돈 날리거나, 혹은 끝까지 가서 그 물건을 돈을 조금 더 쓰고 가져올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재미로 시작했던 것에 점점 빠져서,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물건들이 많아졌고 시간 맞춰 경매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그 시간 전에 아기가 잠들어야 해서 마음이 바빴다. 어느 날은 아기를 안고 분유를 먹이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경매에 참여를 했던 적도 있던 것 같다.
홈쇼핑 세일 방송 마감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소리처럼.. 깜빡깜빡거리는 초를 나타내는 숫자를 보면서 긴장하고 후회하고 갈등하는 등의 많은 감정에너지를 쏟았고, 몇백 원을 쓰고 몇만 원짜리 좋은 물건에 낙찰된 누군가의 아이디를 보며 배 아파했고, 괜히 내 것을 빼앗긴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가 게임을 쉬는 시간에 들어가서 뒤적거리다가, 나중에는 내가 찜해놓은 물건들의 경매 시간에 맞춰 그가 게임을 꺼야 하기도 했었.. 나? 아니, 그는 PC방에도 자주 다녔던 것 같다.
사실, 그 집에서 살았던 그 시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부부가 세트로 미쳐있던 시기였던 것은 확실하다.
집에 택배가 배송되는 일이 많아졌고, 몇십 원에 몇만 원 혹은 십몇만 원짜리에 낙찰된 누군가의 아이디를 모니터로 바라보며 질투하며 화가 나는 감정에 마음이 힘든 나 자신을 발견하고 짜증 나 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몇십 원 투자를 해서 몇만 원짜리 물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내가 십원 경매에 빠진 이유였다)
내가 손해 본 금액은 모르고 그 순간만 누군가가 본다면 그 사람에게 나도 '억세게 운 좋은'사람이겠지?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타인이 거저 가져가는 것 같은 물건들에 괜한 집착이 사라졌다. 그 사람도 손해를 보았던 시점은 있었겠지?
놀부 심보.
그리고,
그즈음 10원 경매 사이트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갖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던 시기였는데.. 한 번은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사이즈 신중하게 고르고 고른 2~3만 원짜리 가방 하나가 사이즈가 맞지 않아 반품을 했던 일이 있었다.
꼭 필요했던 거라 다시 주문을 해야 했던 것 같았는데... 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다시 주문하지 않았었다.
이상하게도... 그냥, 그러고도 괜찮아졌다.
물건을 받아본 것 만으로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만들어낸 '필수품'이라는 착각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내 경매중독? 쇼핑중독? 은 끝이 났다. 조금씩 시작하면서 재미 들리고, 집중하고, 갖고 싶고, 질투하고. 시들해지는 3개월 동안 많은 물건들이 배송되었고, 물건들의 값을 생각하면 금전적으로는 그저 손해보지는 않았을 테지만..
꼭 필요하지는 않았던 물건들에 매달리느라 피폐해진 내 마음과, 그러는 동안 방치된(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육아와 최소한의 살림은 다 했었다) 그렇다 쳐도,
당시 내 아기의 외로움은..(할 말이 없다ㅠㅠ)
별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는 내 모습을 그는 어떻게 보았을까? 당시 일도 하지 않고 게임만 하던 그는 나에게 그것으로 뭐라고 한 적은 없었는데... 나의 그 시간이 더 길었다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드라마틱하게 극적으로 내 암울한 상태가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뒤로도 계속 갖고 싶은 것이 많았고 몸도 마음도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에 몰두하느라 그의 게임하는 뒷모습에서 조금 덜 집중할 수 있었다. 뒤통수만 봐도 후려치고(^^;;)싶고, 모니터만 봐도 망치로 때려 부셔 버리는 상상을 참 많이도 했었는데,
내가 싸게 받을 택배에 더 집중을 했으니관심사가 바뀌었고, 그는 여전히 게임폐인이었지만 난 그에게서 시선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게임은...
여전했다.
당시에는 그가 게임에 조금 시들해지고 집안 환경이나 나에게 조금 시선을 돌린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그는 평균 3개월 즈음마다 어느 한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져서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는 쉬는 시간? 같은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