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아이들은 개학을 하지 못 했고, 심지어 남편마저 회사에 출근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던 우리들은 강제적으로 한 데 묶여있게 되었다. 힘들어하고 부쩍 짜증이 많아진 나를 이해하지 못하던 그에게 '아이들 방학이 끝날 때 즈음이면 나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는 즈음인 거지. 그런데 심지어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잖아. 이해는 한다고 해도 스트레스가 심한 거지'라고 설명해 준 것이 벌써 한 달 반 전이다.
그는 처음 며칠은 편하게 쉬었고. 그다음에 며칠은 새벽 배달 알바라도 해야 하나.. 라더니, 그다음에는 슬금슬금 PC방으로 출근했다.
이미 아이들 학교 가고 남편은 오후에 일어나 출근해서 아이들 잠든 뒤 한밤중에 퇴근하는 생활이 익숙해져 있는 나였다. 집에서 할 일도 없어하는 그와 24시간 같이 있으면 서로 더 스트레스였고 '거리'가 필요했기에 차라리 나도 그것이 편했는데.
"뭐라도 좀 해보는 것이 어때?"라고 그에게 한마디 했다가 밥맛이 뚝 떨어졌다고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PC방으로 도망치듯 나간 것도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안 그래도 알바 알아봤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안된다더라"라고 나중에 원망하듯 한마디를 했고, 그의 억양과 말투는 나를 이 시국에 어디든 나가서 돈 못 벌어온다고 구박하는 아내로 만들었다.
그 뒤로 나는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단 한 번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내가 말한 것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었다. 그의 회사는 가끔 갑자기 출근을 요구했고 날짜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학처럼 1~2주일씩 미뤄졌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구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평소에는 주 1회 겨우 쉰다고 아이들과 시간도 못 보냈으니까(물론 겨울 동안 몇 번 스키장을 함께 다녀오긴 했다. 그건 인정). 어차피 남는 시간 나는 아이들과 잠깐씩 놀거나 함께 공원이라도 나가서 함께 무언가를 하다 오면 좋겠다는 거였다. 본인이 좋아하는 스키장은 데리고 다니려 노력했지만, 소소하게 아들과 공 한 번 차 본 적 없는 아빠였기에 나는 이번 위기를 어떠한 기회로 삼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는 그런 것은 이해하지 못하고 또 날 선 모습만을 보이며 오롯이 자신만의 (노는) 시간을 가지려 집중했다.
다행이(?) 부모님께 지원을 받아서, 월급 대신 시아버님 통장에서 돈을 받고는 "어떻게든 돈 구해다가 줬으면 됐잖아"라는 말을 했다.
내 온 신경은 가족들의 모습이었으니까. 나는 내 스트레스와 나로 인할 가족들의 스트레스를 위해 각 책상에 칸막이를 쳐놓고 거실 공간분리를 위해 커튼을 달기도 했다. 원래도 야행성이던 남편은 가족들이 활동하는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서 홀로 거실을 차지하고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서로와 덜 마주치는 방법을 택했다. (택했다기보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리 되었다) 늘 스마트폰과 영상에 집중하는 그의 옆에서, 나는 아이들을 최대한 스마트폰과 영상에서 분리시키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그렇게 최대한 덜 마주치며 서로 우울하고 찌그러진 표정만 보여주다가 그도 참기가 힘들어졌는지 "내가 놀고 싶어서 노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눈치를 주냐"라고 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이혼이 생긴다고 했던가. 어디에서 이혼율이 급증했다고 했던가.
누가 눈치를. 내가 할 소릴.
세 아이들은 각자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고. 각자 봐야 할 책들이 있었지만 습관 잡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날은 너무 좋았고 혈기왕성한 10대였으며, 눈 뜨자마자 눈 감을 때까지 침대에 붙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자거나 간혹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는 아빠를 봐야 했다. 아침 일찍 눈 뜨면 그때서야 집에 들어오는 아빠의 모습도 몇 번. 아침에 눈 뜨면 컴퓨터 앞에서 게임하고 있는 모습은 많이 봤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그의 예스러운 사고방식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두 달 동안 집에서 쉬면서 소소한 설거지 포함 집안일을 한 것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라는 말 하고 싶지도 않고 해서 들을 것도 아니고 해 봤자 감정만 상할 것이 뻔했기에 그저 최소한 아이들에게 게임하는 모습만 계속 보이지 말라고, 이 시국에 위험한 PC방에 가는 것이 더 편한.. 웃지도 못할 이 상황 속에서 아빠는 매일 어디 가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난감해하는 것은 늘 내 몫이었다.
아빠와 놀고 싶었는데,
지루할 만큼 긴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그럴 기회를 몇 번 잡지 못 했다.
내 부족한 표현력은 그의 불안한 마음을 잘 건드릴 것이 뻔했기에 나름대로 최대한 말을 아끼고 또 아꼈고..
한 달 반을 버티다가 방법을 바꾸어서 '내 일 내 관심사에는 당신의 관심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서 우울하다'라고 얘기를 했을 때 그는
"공부한다고 했을 때 공부하는 거 존중해줬고 필요할것 같아서 핸드폰 바꿔 주고 지원해줬어. 내가 빌리든 벌어오든 수입은 끊이지 않게 해 주잖아. 원해서 쉬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맘 편히 쉬자라고 생각했는데 눈뜨면 하루 종일 당신 짜증 내는 모습 애들한테는 게임하는 모습 보이지 말라는 당부 폰만 보지 말라는 구박 그냥 내가 집에 있으니 꼴 보기 싫은 거겠지"
라고 했다.
내 표정이 늘 어두웠고 불만 가득했을 것 인정은 하고. (세 아이들 온라인 개학한다고 난리 치고 애들과 싸우던 와중에 폰 들고 영상 보면서 오후에 일어나는 남편의 얼굴을 웃으면서 잘 잤어?라고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개학 연기는 이해는 해도 나에게 큰 스트레스라고 미리 얘기했음에도, 그는 내가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도 눈치를 봤다.
직접적으로 차라리 pc방을 가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고. 아들과 좀 친해지라고 심지어 그곳에 아들을 데려 가보라고 한 것도 두세 번 거절당했다. 한 달 반을 참다가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났을 때 아빠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싫다고 했다. 스마트폰만 보지 말라고 직접적으로 말을 했던 기억은 없다. 다만.. 그가 아침에 폰을 들고 영상을 보면서 옆에 누우면 그때서야 일어나서 자리를 피했던 정도.
빌어먹을 유튜브.
그가 내 공부를 존중해서 그가 나에게 해준 것은.. 잦은 외식?(집안일 도와주기는 싫고 나도 덜 하라는 나름의 배려일 듯)
영상 공부에 관해서는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지원?
그럼 본인은 왜 멀쩡한 스마트폰을 최신형으로 바꾼 건데? 유튜브로 게임 영상 더 잘 보려고?
그는 여전히
'내가 돈 벌어오라고, 내가 밥 해달라고, 내가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았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와 결혼생활 15년 중 10년을 게임중독인 모습을 보고 지냈다. 멀쩡한 사람인 척(?) 지낸 지 이제 2년 반. 해결하지 못 한 문제들은 비슷한 상황이 되자 다시 튀어나왔다.
그는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낮은 자존감에 자기 자신을 방어하느라 온 몸으로 가시를 내세우고 있고, 그런 그의 옆에서 나는 내가 돈을 못 벌어 그러나? 라는 생각에 우울해지고 계속 무기력해진다.
나는 무언가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을 '같이'하고 싶은 건데 그는 '난 하기 싫으니 너도 하지 마'라는 식이었다.
내 부족한 표현력과, 그의 꽉 막힌 생각은 늘 '오해'와 '감정에 상처'라는 결론만 만들었다.
이 사태가 끝나면 괜찮아지겠지만..
1년 넘게 꾸준히 하던 운동도. 잠시 성공했던 미라클 모닝도 잊어버렸다.
무기력하고, 스스로가 돈 조금 가져다주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고 여기는 그의 옆에서 나는 요즘 매일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매일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