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만 생각하면 죽고 싶어. 03

부부관계 _ 그는 정말 일을 못 하는 것일까? 안 하는 것일까?

by 누리달


분식집 준비 에피소드 1


음식에 대한 모든 것을 나의 여동생에게 맡기고, 만들어진 레시피로만 조리해서 내어주는 일만 하던 그녀가 나름 속 끓이면서 만들어서 처음으로 내보인 떡볶이.


내 남편(형부)은 옆 가게의 시어머님께도 드셔 보시라며 가지고 갔었고, 다녀와서는


"그냥 그렇다는데? 그 전 사장의 떡볶이랑 별 다를 것 없다고 하시네"라는 말을 그대로 전했다.


..........


아, 너무 어이없어서 순간 얼어버렸다.


처음부터 '맛있어' '대박이야'라는 평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전 사장님 같아'라는 말은 욕과 같은 느낌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나는 정말 심부름만 했고, 나와 남편은 장사를 시작한다고는 하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필요한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라고는 그릇과 수저 정도인 것이 나의 한계치였다고 하면 얼마나 무식하게 음식장사를 하려고 했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녀는 화장실을 가서는 한 참을 있다가 조금은 벌게진 얼굴로 왔고, 내가 많이 힘들지?라고 했을 때에는 혼자 울고 와서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트렸다.



그날, 10년 동안.. 사위가 백수가 되었어도 게임만 했어도 아이가 셋이지만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어도 한 번을 뭐라 하지 않으셨던 친정엄마께 전화가 왔다. 어떻게 애 상처 받는 것은 생각 못 하고 그 말을 그대로 전하느냐면서 화를 내셨고, 나는 그저 동의할 뿐 다른 말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맛없는 음식을 맛없다고 평가를 했던 그 자체가 서운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는 그의 어머님의 말을 전하지 않거나, 그저 조금 돌려서 말을 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응원은 못 해 줄 망정..









분식집 준비 에피소드 2


분식집 전용(?)의 화장실이 있었다. 그가 한번 가 보고는 너무 더럽다고 쓰지 말자고 해서 나는 그 말만 듣고 들어가 보지도 않고 그 건물에 다 같이 쓰는 화장실을 사용했는데.. 결국 건물 다른 분이 항의를 하셨다.

당연한 일이었고, 진작 화장실 청소를 직접 하고 썼어야 하는 일이었는데.


결국 그제야 그는 화장실 청소를 했다.



분식집 준비 에피소드 3


가게에 쥐구멍이 있었다. 쥐가 드나드는 흔적이 보였고.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해서 그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는 알겠노라 하고 2~3일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당시 아이들은 저학년, 유치부, 그리고 막내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었다. 숫자적인 부분만 생각하자면 엔간히 벌지 않고서는 맞벌이보다 내가 집에서 아이를 보는 편이 이익일 수 있는 상황이어서 특별한 커리어 없던 내가 전업주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나는 '학습지 값도 아껴 보겠다'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기초 학력 선생님 노릇까지 하고 있던 때였다. 모든 신경이 그쪽에 있었고 그것이 내 시간에서 가장 중요하게만 보이던 때.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그녀(동생)는, 이런 소소하지만 신경 쓰이는 잡일들에 대해서 형부에게 두세 번씩 말을 하지도 못 하고 불편해서 신경만 쓰고 있었다. 알아서 빠릿빠릿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형부를 보면서, 오죽했으면 저 쥐구멍 막아달라고 남자 친구를 불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화장실 청소도 쥐구멍도 내가(혹은 그녀가) 직접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단지 '화장실 청소'라는 것 때문에 남편에게 미룬 것은 아니었다. 결혼 14차인 지금까지도 집의 화장실 청소는 내가 다 한다. 그 긴 기간 동안 그가 한 것은 두세 번?


그저,

'그럼, 넌 뭘 하는데?'


라는 남편을 향한 미움 박힌 생각이 점점 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동생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바로 옆에 계시는 시어머님은 수시로 들여다보셨다. 어떤 건 왜 아직 안 되었느냐 그것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 질문도 많이 하셨다. (가끔 간식이나 햄버거 등도 사주셨다)


한 번은, 처음으로 맞은편 카페에서 형부가 일을 잘 못 해서 힘들지?라고 말을 꺼내고 위로를 해 주려 했고, 그녀가 어떤 것이 가장 힘든지 얘기를 듣고 있는데..

밖에서 우리의 모습이 보이셨는지 들어오셨다.


"장사가 힘들지? 쉽지 않을 거야. 나도 남편이랑 지금 둘이 하는데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고 불편했고 그래서 싸웠고..누구나 다 그래. 그래도 너희는 쉽게 시작하는 거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 많아... "등등(자세히 기억은 안남;;)


아이고 어머님.


저도 끝나면 애들 본다고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 처음 동생의 속마음을 듣고 있던 참인데요.. ㅠ

심지어 쌓인 감정적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데요...ㅠ







계약부터 준비 과정까지만 해도 심하게 어그러졌다.

아 이거, 시작하면 안 되는 일이었구나

라는 것을 가게 오픈도 하기 전에 깨달았는데 이미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들어보지 않고 함께 진행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처음 알았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우리 셋의 내부의 있었다.

우리 셋이 닮은 점이라고는 낮은 자존감에 자격지심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울감이 높아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그 누구도 '내 것이 아닌 가게'라고 생각하는 그 공간에서 그것이 우리 셋의 유일한 공통점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 내용과 상관없지만,


1~2년 전 언젠가 그는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는 학원'같은 곳을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본인이 말을 너무 못 하는 것 같다면서.

(그 생각은 지금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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