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강제 백수 10개월. 우울함은 얼마나 더?

결혼, 부부관계 _ 아이는 셋. 다섯 식구가 한 공간에 뭉쳐있다.

by 누리달


그는 운동과 관련된 일을 했다. 코로나 19가 시작되던 즈음 그의 직장은 문을 닫은 3월의 시작, 그렇게 기약 없이 코로나 강제 백수가 되었다. 그땐 그것이 이렇게 길어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었다.


한 달이 넘어가고 그의 게임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길어지면서 나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내가 불편한 부분을 설명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저 쌓였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을, 결론만 듣길 원하는 그에게 설명을 하고 공감과 위로를 바라는 것은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은 조금 덜 하긴 하지만..

"내 마음이 힘들어"라고 말을 하면

"그래서 나보고 뭘 하라고"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는데, 나는 그게 싫어서 대부분 차라리 입을 다물곤 했다.


학교도 가지 않고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들도 있었다. 허접한 온라인 수업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흐트러진 아이들의 생활을 켜보고 간섭해야 했는데, 녀석들은 눈만 마주치면 서로 으르렁 거리기도 했다.


독립된 공간과 시간이 없고 각자 원하는 것들이 다른 다섯 명이 좁은 한 공간에 있는 것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슬프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와의 무거웠던 관계는 회복했지만 나는 계속 실망했고, 화가 났고, 버거웠고, 우울했고, 무기력했고, 포기함을 순차적으로 겪었다. 아니.. 겪는 중이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고, 다들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해 보이는 여름 즈음에도 그의 일 만큼은 그대로였다. 그의 회사가 며칠 일을 시작했다가 다시 문을 닫게 되었 때, 나는 뉴스를 보면서는 잘 안 하던 욕을 했던 것 같다.


온 가족이 놀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모든 집안일을 나 혼자 하는 상황은 도무지 끝나지 않았다. 이전에도 나는 집안일은 가족들이 없을 때 혼자 하는 것이 편한 스타일이었다. 하기 싫은 음식을 하고 나면(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먹고 바로 뒤돌아선 식구들이 설거지를 하는 내 등 뒤에서 각자 놀고 있는 것이 하루 세 번씩 반복되었다. 보면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왜 나만.

내 둘째가 잘 쓰던 말, 그게 그렇게 듣기 싫었었는데

그즈음 내가 늘 그러고 있었다.


수업도 제대로 못 듣는 세 아이들에게 책 한 권이라도 더 읽히려 매일 전쟁을 치르다가 포기하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만을 하는 것을 지켜본 지 몇 달이 지났고, 하고 싶던 공부도, 운동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조금씩 재미있어지던 소소한 영상 편집 공부까지 포기한 것이 그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때 나에게 "요즘은 조금 편해 보여"라는 말을 했다. 그도 내가 불편해 보이면 내 눈치를 본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포기했으니까. 그냥 '나 스스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으려 하고 늘 똑같이 반복되는 집안일만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라는 말을 차마 내뱉지는 못 했다.


그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다.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진담인지 모르겠으나 "유지하기도 힘든 차 팔고 오토바이를 사서 배달을 할까?"라는 그의 질문에는 나는 위험해서 반대한다고 하긴 했다. 한동안은 유튜브까지 찾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해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지도 고민하면서 진지하게 하더니 오래가지 않아 그만두었다. 굳이 왜 더 이상 나가지 않느냐고 묻지 않았다


원래도 한 달 생활비가 엄청 빠듯했던 외벌이 생활이었는데 그 유일한 수입조차 계속 끊긴 상황이었다. 그가 '돈을 벌어오는 것'을 하면 좋겠다 싶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보다 그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을 보고 싶었고, 그 잠깐이라도 나 혼자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면 더 좋겠다 싶었는데.


그러한 내 생각과 감정을 오해 없이 그대로 전달을 할 수 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10년 전처럼 육아에 시달리며 하루 종일 남편이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 그때보다 훨씬 좋은 상황이지만.. 아이들은 낮에, 남편은 밤에 활동을 하니, 10개월동안 우리 집에서는 컴퓨터나 TV가 꺼져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24시간 중 그 어느 시간에 깨어 있어도 내가 오롯이 조용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내가 처한 현실이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도 했었는데 감염위험성이 높다는 판단에 오래 못 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어차피 큰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었고. 작년, 처음으로 큰 맘먹고 시작한 맞벌이를 고작 설거지 때문에(그것이 그만둔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하긴 했다) 빚잔치임에도 맞벌이를 포기했던 기억도 다시 떠오르고.


그래도,

내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었으니 집안일은 그저 나의 일이겠거니 하고 참다가 최근 집안일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한 뒤로 그도 내가 집에 있음에도 스스로 하는 집안일이 조금씩 늘어가는 중이다.


누구도 나에게 당장 돈을 벌어오라고 강요하지도 않는 것, 마음 편하게 집안일만 하고 시간 나면 TV나 보면서 편하게 있고 싶은데 막상 그러고 있으면 하루 종일 뭘 했나 싶어 더 우울해지고.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그저 내가 하고픈 것을 하면 그만인 것인데, 하루 종일 비생산적인 시간만 보내고 있는 듯 한 그를 보고 있자니 도무지 생산적인 일을 할 의욕이 생기질 않아서 또 우울해진다. (그래도 둘 다 실내 운동 조금씩은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절대 그의 탓이 아니다. 내 마음 탓이다.

알고 있다.


오래전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우울하기만 했던, 무지함에 현명하게 대처하지도 못 하고 그저 고스란히 맞으며 버티기만 했던 지나간 내 시간 속 감정들이 지금 상황에서 다시 꾸물꾸물 올라오는 것을 그저 쿨하게 발로 쳐내지 못하고 다시 겪으며 똑같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내가 문제인 것이다.



시간이 가면 견딜만해지고

어쩔 때는 잠깐 잊어버리다가

결국 다시 옆에 있더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래빗 홀'의 대사 중)






짧지 않은 결혼생활 중 그의 바깥일과 가정 둘 다에게서 안정감을 느낀 지 겨우 1년이 지났을 때 시작된 일이다.

다행히도 전세 계약은 그대로 연장되어서 이 집에서 조금 더 살게 되었지만, 조금만.. 조금만.. 하던 그의 회사는 완전히 문을 닫았고 1년 강제 백수였던 그는 이제 공식 실업자가 되었다. 완전히 다른 업종을 찾지 않는 이상 당장 이직을 할 곳도 없는데, 그도 나도 준비되어 있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결혼생활 내내 방황을 하다가 1년 겨우 육지에서 적응하려다가 다시 파도를 탄 기분이다. 그것이 벌써 1년이 되고 이렇게 한 해 마무리가 되는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분들은 우리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


..

우리 가족을 비롯해서 모두들,

새해에는 행복한 시간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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