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나와 이곳에서 지낸 지 3년이 되었다. 나는 조금씩 계속 회복 중이지만 여전히 내 감정은 간혹 그때로 돌아가곤 한다.
나는 지금 이 집에 이사를 오고 나서도 한동안은.. 시어머님과 내 친정아버지를 만나거나 목소리를 듣고 나면 불편해지고 가라앉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했다. 간혹 숨이 쉬어지지 않는 느낌을 받기도 해서 나는 의도적으로 한참을 숨을 크게 쉬어야만 했다.
그런 나를 보며 '혹시 나 때문에 화가 났나?'하고 물어보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소화가 잘 안 되어서 그런 거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설명도 해 주어야 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내 지난날들과 마음을 정리해 보고 싶어서 찾은 이 공간이었고. 약 10여 년 전 우울감 짙었던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조금은 편해졌는데.
몇 달 전, 시댁에서 나오고 2년이 지났음에도 시댁에서 살 때의 이야기를 쓸 때에는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우울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지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글을 써보기 위해 페이지를 열면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했고, 몇 줄 쓰다가 혼자 울기도 했으며 원인모를 짜증과 무기력증,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은 다음날까지 지속되기도 했다.
정신적 아픔과 공황장애 등등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별 것도 아닌 소소한 일이겠지만.. 그럴 때면 나는 막연하게 공황장애 증상이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까 싶기도 했다.
기억을 끄집어내면 감정이 딸려오는 문제 말고도 어려움은 또 있었다. 그때도 그러했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시어머님 포함 그 누구도 특별하게 이상하거나 잘못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나는 힘들었다'와 '너 때문에 힘들었다'의 다름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부족한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그리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누군가의 '탓'이 되어버리는내 마음의 흐름이 짜증이 나고 미워지기까지 했다.
어쩌면 착한아이 콤플렉스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자기애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고.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여전히 그저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편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어쩌면 무언가를 복잡하게 꼬아서 생각하고 있으며, 내 글이 보기 좋은 글이길 바라는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그저 나 혼자 끄적이는 글인데. 나는 왜 그렇게도 꾸역꾸역 힘겹게 쓰면서 고민까지 했을까?
나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래도.
그렇게 때론 몸부림을 치면서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알게 된 것들은.. 나는 내 마음을 제대로 모르고 지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 했다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관계'의 문제였고 내 마음의 문제였다. 나는 내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하지도 못했고 단 한 번도 이런 나 자신이라도 괜찮다 위로 해 본 적 없었다.
그래도 이사를 하고 부모님들과 조금씩 거리를 두고(사회적 거리두기의 도움도 받았다) 거의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내면서 회복 중인 것 같다. 정말 많이 좋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무언가의) 눈치를 보는가 보다.
심지어 이 공간에서조차.
내 오랜 불안감은 나 혼자만의 끄적임조차 가로막고 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꾸역꾸역 그 정도의 글이라도 썼으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힘겨운 정리를 한 덕분에 이제는 그 시기의 기억이 조금은 더 편안해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