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손 잡고 운동을 다닌 지도 여러 달이 지났다. 코로나19로 온 가족이 집에 있게 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던 불편한 감정들도 해소가 된 지 오래이다.
나는(.. 어쩌면 그리고 그도) 점점 편안해지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가끔씩 그와 함께 '금쪽같은 내새끼'프로그램을 본다. 그는 챙겨 보는 정도는 아니고.. 내가 보던 것을 옆에서 보게 되면서 어느 주인공의 이야기는 뒷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정도이지만.
'육아'에 초점이 맞추어진 프로그램이지만 많은 부분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하기도 한다. 나는 그래도 최근 이런저런 책들을 읽으면서 나 자신, 내 부모와의 지난 관계, 내면 아이 등에 대해 생각을 해 보기도 하는데 그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보는 것이 반갑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 부부는 지나치게 말을 아꼈다. "너네 부모님은.."이라는 주제로 시작하는 서로의 부모님에 대해서 불편한 점이나 불만, 하다못해 그냥 할 수도 있는 이야기도 부정적인 부분으로 보인다면 속 편하게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우리는 본인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그래도 처음에 나는 간혹 내 부모님에 관한 불평 등을 그에게 하기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것도 멈추었었다.
상대의 부모님 탓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화 말고 다른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그러했다. 그래서 간혹 누군가에게 '부부싸움'에 대해 질문을 들으면.. 그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대답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우리가 대놓고 싸움처럼 보인 적은 거의 없었으니까.
어디까지.. 어떤 것을 '싸움'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
그렇다고 늘 좋은 것은 절대 아니었는데.
결혼 생활의 시작점부터 우리가 닮았던 점은 본인의 감정과 서로의 부정적인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고 누르고 외면하려 애썼다는 점이었다.
그는 어땠을지 잘 모르겠다. 간혹 나는 참다 참다 무언가 그에게 불편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힘겹게 꺼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가 숨겨놓았던 가시를 바로 드러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나보고 뭘 하라고?"등의 말을 하면 나는 또 되려 공격을 당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또 말문이 막혀 거기서 멈추었다. 나에게는 그 정도가 한계였다.
보편적으로 남자들은 '공감해주는' 대화를 잘 못 한다고 하지만 그는 조금 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늘 '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에게는 애초에 내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는 틈이 없었던 것 같고 그건 나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심지어 우리는 좋게 표현하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외로웠고 또 억울했다.
그래서 TV를 보면서 "내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모습과 비슷해"라는 말 등을 들을 때면 무척이나 반갑다. TV 속에서 오은영 박사님은 "그러면 아이의 마음이 어떨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그건 TV를 보는 지금 우리의 어린 시절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와 가까운 사람이며 전문가도 아닌 내가 하는 '괜히 아는 척하는 시답잖은 조언이나 위로'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어서 더 좋다.
그는 가끔 "나도 그랬어, 그래서 힘들었지"등의 말을 하기도 했고, 그건 그의 어린 시절의 어떠한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 듣는 '부모님에 대한 본인 감정'에 대한 말이다. 지금은 뾰족한 가시가 많이 빠진 그에게 나도 이제는 '그랬을 것 같아'정도의 이야기는 편하게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