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부부생활 _ 1년 반 만의 극적인(?) 변화.
한두 달 전 즈음 어느 날. 함께 운동을 다녀오면서 그가 뜬금없이 물었다.
"당신은 혹시.. 지금 행복한가? 언제 행복하다고 느낀 적 있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버벅 거리기도 했고, 피식 웃었던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은 어색했던 나의 반응에 그도 조금 주춤 했던 것이 느껴졌다.
"행복?"
"응. 왜? 이상해? 전혀 아니야?"
"아니야. 이상하긴.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신은?"
"나는.. 요즘은 그냥, 멀리서 찾으려 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어서.. 당신은 어떤가 궁금해서."
약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단어에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가득 안고 그것이 내 옆에 있으면 안 되는 것인 양 표현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나는 그랬다. 막연하게 가지고 싶지만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것. 찾기는 찾아야겠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감도 못 잡겠는 것.
우리 가족이 충분히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만한 안정된 집이 생기고. 그 집과 기본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을 만한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고. 그러고 나서야 찾아보려 시도할 수 있을 그런 것.
정확히 2년 전만 해도.. 나는 남편이 코로나19로 강제 백수가 되고 집 안에서 휴식 겸 게임을 한다고 두들기는 키보드 소리에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문을 닫고 있어도 그 소리는 내 귓가에 박혀서 과거에 그가 게임만 하던 당시의 우울한 감정의 기억을 멋대로 끄집어냈다.
그런 반사 반응은 나를 다시 과거로 데려다 놓기도 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내 표정은 우울했고 내 태도에는 짜증이 섞였었다. 그는 그런 내 태도를 보고 내가 일을 안 하는 그를 무시한다거나, 혹은 백수 생활을 하는 것이 꼴 보기 싫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대놓고 싸움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온갖 우울함과 무기력증, 낮은 자존감과 자격지심을 앞에 놓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는데.
"나는.. 사실 그동안 관련 책도 좀 읽고 생각도 좀 많이 했었는데.. 당신 말이 맞다고 생각해. 지금 나랑 내 손 잡고 운동 같이 해 주는 남편도 있고. 건강하게 잘 자라 주는 세 아이들도 있고. 오늘 가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집도 있고. 먹을 것도 있고. 그게 행복 아닐까."
연애기간 포함 함께 지낸 지 20년이 되었다. 최근 그는 매일 나를 보며 웃고, 사랑고백을 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위의 대화 이후로 우리는 "행복하다"라는 단어를 조금씩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직장에서 잘 맞지 않는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나에게 편안하게 하고, 나는 예전과는 다르게 그가 어려워하는 상황들을 그저 듣고, 전적으로 그의 편을 들어준다. 그전에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아서 늘 답답했고 나 혼자 추리를 해야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수다쟁이가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이 당신 얘기를 많이 해 주니까 좋다."
"내가? 잘 하지 않나?"
"그 전에는 잘 안 했지. 그래서 답답했었지."
그는 이제 내가 우울하게 있거나 지쳐있으면 "혹시 나 때문에 화났어?"라고 묻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다. 대신 "많이 힘들었어?" "어디 아파?"라고 묻는다.
결혼 생활 내내 그가 내 눈치를 살피며 꺼내는 저 단어가 무척이나 먹먹했고 듣기 싫었다. 잘못된 질문에 내 감정이나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전해야 하는 건지 몰라서 더 짜증만 나기도 했고.
그것이 결혼 전부터 습득된 우리 각자의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건지 편안하지 않던 결혼생활의 시간들이 쌓여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늘 그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당시 나는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그의 표정을 보고 늘 꾹꾹 삼키다가 가끔 한 번씩 울음으로 터트리곤 했었고, 그는 당황하다가 이해를 못 해서 더 화가 난 것 같기도 했었는데.
...
이제 그는 나에게 제대로 질문을 하고, 나는 그가 듣고 싶은 말을 한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