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오미크론보다 더 무서운 것

'걱정'은 너무 감사하지만.. 그래도 '강요'는 싫습니다.

by 누리달



온 가족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것으로 약 1주일 동안 돌아가면서 고열에 두통에 몸살 증상을 앓았다. 뭐.. 이제는 워낙 많아진 확진자라 그러려니 했다. 잘 버티고 잘 지나가길.


확진을 받고, 어찌 되었던 부모님께도 알려 드려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의 부모님에게는 그가, 내 엄마에게는 내가 전화를 했는데.


문제는 내 아버지였다.

일단 먼저.. 친정 엄마와 통화 중 말을 했다.


"아빠에겐 말씀드리지 마요, 잔소리 들으면 나 더 아파질 것 같아."



걱정을 화로 표현하시는 분이다.

1주일 내내 전화해서 화로 표현되는 걱정을 쏟아붓고, 특히 아이들 백신 접종을 안 했던 일로 무어라 하실 것이 뻔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시골에 내려와서 지내라 하셔서 곤란하다고 했더니 "코로나 걸리면 알아서 해라!!"라고 버럭 하셨던 분이고, 청소년 백신 접종 시작할 때에는 매주 전화하셔서 아이들 백신 접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너희들이 부모이니 알아서 잘하겠지만.."이라고 덧붙이시더니 나중에 점점 강해지는 어조는 강요로 들렸다. "꼭 해야 한다!"






그 누구와도 백신 접종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를 가지고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 부부는 다 접종을 했고, 많이들 그러했다고 하지만 통증이 쉽지 않았던 경험도 있었고.


아이들의 문제는 조금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뉴스 기사의 내용들이 몇 안 되는 일이라고는 해도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다. 예약까지 했다가 취소하기도 하고, 여러 소식에 귀 기울이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아프다고 하면 평소처럼 화가 섞인 많은 말씀을 못 하셨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시간 내내 혼자 걱정하면서 술만 드실 것이 뻔했다. 양쪽 다의 정신 건강을 생각하면 알리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시어머님의 같은 내용의 전화를 매일 받았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그 바이러스를 앓고 있는 와중에도 아버지의 전화를 받으며 "네. 조만간 아이들 백신 접종할게요"를 해야 했다.


어떻게 표현될지 모를 그 '버럭'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다들 알고 있는 소식을 아버지만 모르고 계시는 상황은 내 마음이 불편했다. '괜찮다, 잘했다'라고 스스로 다독이면서도 속이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신경은 쓰이고 마음은 무거워졌다.


내 오랜 마음의 습관은 그리 쉽게 변하질 않는다.






차라리 가족이 다 확진이 되니 어쩌면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그래도 이제는 당분간 아이들 백신 접종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과 미련에서 벗어났고, 아버지도 최소한 얼마간은 말씀 안 하시겠거니 싶었다.


다 회복이 되고, 조금 늦게 증상이 와서 늦게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가 괜찮아질 무렵 소식을 전해 드리면서도 "이젠 다 괜찮아요"를 먼저 이야기해야 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이틀에 한 번씩 전화를 하신다. 뒤늦게 알았지만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느냐며, 남은 아이 어쩌냐 괜찮냐 하시고 '혼자 걱정하면서 술 드시다가 눈물도 흘렸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도 하시고. (그러지 않아도 원래 매일 술을 드시는 분이시다)


아니 왜 그 이야기를 나에게만 하시면 되었지, (정작 본인들도 아무런 신경 쓰지 않는) 어린 손주들에게까지 하시는 것일까.


그러시고는 또 '화'처럼 들리는 강한 어조로 "백신 접종 꼭 해라!! 꼭!! 잘못되면 다 무지한 부모 탓이야!!"라고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강조하신다.


아니 왜 또요!!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양하다고 알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한 우리 부부도, 하지 않은 아이들도 증상은 비슷하게 지나갔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의학 지식에는 무지한 사람이고, 그래서 다른 이들을 위해서라도 접종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개인의 선택이니 강요할 수 없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그저 내 의견과 뜻은 들어볼 가치도 없다는 듯 본인 할 말씀만 하시는 이 오래된 상황과, 나 역시 오랜 경험으로 반박이나 설명을 할 의지조차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아버지와 통화를 끝내고 나는 또 고민을 한다.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시켜서라도, '백신 접종했다'라는 본인이 듣고 싶으신 그 말을 전달해 드려야겠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아이들에게 미리 설명을 해 준다고 하더라도 '주체적 삶'을 살도록 가르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그런 거짓말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너무 별로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이제는 많이 큰 아이들과 의논하고 결정한 내 의견일 뿐인 것인데.


마음을 정했다가도, 또 아버지의 강한 목소리를 들으면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 싸울 일도 아니건만 자꾸만 큰맘 먹고 싸워야 하는 상황의 직전인 것처럼, 그 과정이 내 성격에는 얼마나 험난할지 예상이 되어서 시작도 하기 전에 기권하고 싶다.


.... 나를 왜 이렇게 만드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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