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의미
2023. 09.07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했다.
짧은 기간의 여행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향긋한 빨간 장미꽃 한다발과 함께 마중나온 신랑덕분에 피로가 한결 누그러들었다. Home sweet home! 역시 우리집이 최고다.
시차적응을 하느라 일주일 가까운 몇일을 매일 새벽같이 혼자 일어나 일출을 보면서 명상하는 고요한 시간도 가졌다. 개인적으로 석양을 더 좋아하는편인데 뽀얀 선분홍빛을 띄는데 너무 이쁘다.
돌아와 다시 일상생활에 익숙해졌을쯤 조성진이 토론토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랑과 함께 콘서트를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클래식음악 공연갔던때가 벌써 언제였더라... 한동안 잊고 단조로운 삶을 살고있는 나에게 이런 문화예술활동은 단비와 같다. 오랫만에 클래식음악을 라이브로 접할수있어 너무 행복했다. 이게 힐링이로구나 싶었다. 현악기들의 아름다운 음색이 귀를 호강시키고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에 가슴도 벅찼다. 또 거기에 조성진의 미치도록 아름다운 피아노연주에 마시던 와인도 잠시 내려놓고 넋을 잃고 감상했다. 감동 그자체였다. 공연이후 신랑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풍성해지듯 했다. 이렇게 선물같은 시간들을 보내면서...앞으로 우리에게 올 여러가지의 챌런지와 기약없는 앞날이 왠지 전혀 두렵지않았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전에 골프라운딩도 신랑과 함께 다녀왔다. 이렇게 일상생활을 보내며 부지런히 계획을 서둘렀다. 제일 먼저 회사에서 장기휴가 승인을 받아야했기때문에 보스에게 개인면담을 요청했다. 한국 난임병원 주치의가 적어도 6개월을 머물기를 추천했기에 11월에 떠나는걸 가장하에 4월에 돌아오는 날짜로 장기휴가 가능여부를 물어보았다. 사실 이때 회사에 새로운 CEO가 선임되고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을 시기라 모든 변수를 미리 생각해야했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였다. 만약에 회사가 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지만 그래도 다른 대안을 염두해두어야했기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그동안 좋은관계를 유지한 덕에 보스가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고 우리부서의 디렉터와 head에게 따로 이야기해보고 컨펌을 해주겠다 했다. 며칠뒤 디렉터가 나를 따로 불러냈다. 평소 실없는 조크를 날리는 사람인데 그날은 얼굴표정이 굳어있어 괜히 긴장이 됬다. 하지만 내가 개인사정을 말하고 한국에 가서 시험관을 해야하는 이유와 나의 의지를 굳건하게 말하니 데이비드의 첫마디에 나는 순간 울컥했다. "Life comes first"
걱정하지말고 우리가 협조해주겠다 고했다. 아 역시 캐나다는 다르구나...한국이였음 과연 가능했을까?
너무 감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는 비행기티켓을 예매하고 떠나는 날짜는 10월 31일이 되었다.
걱정과 달리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맡았던 프로젝트들을 잘 마무리하고 팀원들과 인사도 나누고 랩텁도 회사에 반납하고 잠시 떠날 준비를 한두개씩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나서는 길에 커다랗고 노란 이쁜 단풍나무가 마치 잘 다녀오라고 배웅하는듯했다. 감사하고 마음이 따듯해졌다.
떠나는 날짜가 조금씩 다가오면서 괜찮을줄 알았던 나의 마음은 오히려 더 싱숭생숭해졌다. 왠지 모르겠다.
몇개월간 홀로 지낼 신랑생각에 그런가...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혼자 지낼때 불편함없이 지내라고 부엌, 냉장고, 옷장, 화장실 모두 청소하고 정리정돈하고 음식창고도 두둑히 쌓아 놓아두었다. 혼자 쓸쓸히 있음 와이프 소중함을 좀 알런가..?ㅎ
자 이제 출발~
집을 나설때 잠시 떨어져지내 마음은 아프지만 우리는 'Love doesn't consist in gazing at each other, but in looking together in the same direction' 이라는 Antoine de Sait-Exupery 메세지를 서로에게 전달하고 가슴에 새겨넣었다.
신랑은 회사일로 며칠뒤 뒤따라와 한국에서 나와 조인했다.
임신을 계획하고 시험관을 하러가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의미의 휴식이기에 이 황금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도 한껏 기대가 되었다.